배우 이도현이 '천만배우'에 등극했다. 단역부터 주연까지 켜켜히 쌓은 다작의 경험과 내공이 스크린에서도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파묘'는 지난 24일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수 1,000만 1,642명을 기록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됐다. 앞서 개봉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6일째 700만,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 돌파에 이어 32일째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다.
특히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극중 이도현은 화림(김고은)과 함께 다니는 신예 무속인 봉길 역으로 분했다. 화림의 대살굿 신과 빙의하는 모습 등 대선배들 앞에서 존재감을 한껏 발휘하면서 명장면을 만들었다. 지난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한 이도현은 '파묘'의 다른 주역들과 비교했을 때 신예에 가깝다. 그럼에도 7년차 배우의 내공과 깊이를 최고조로 선보인 이도현을 향해 가장 완벽한 스크린 데뷔라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극을 이끄는 최민식 유해진, 그리고 선배 연기자들 뒤에서 든든히 밀어주는 이도현과 김고은의 케미스트리는 '파묘'가 천만 관객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흥행 요소 중 하나다.
'파묘'는 개봉 직후 입소문이 빠르게 나면서 일찍이 성공이 예견된 작품이었다. 실관람객들이 남기는 후기가 새로운 관객 유입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급부상한 N차 관람 문화까지 활성화되면서 가뿐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헤드셋을 끼고 경문을 문신으로 새긴 신예 무속인과 그를 데리고 다니는 스승의 관계성이 N차 관람을 유발했다는 의견도 많다.
이 과정에서 이도현은 장재현 감독의 연출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장재현 감독은 봉길의 강렬한 첫인상을 원했고 이를 위해서 이도현은 가발을 쓰고 문신으로 몸을 감싸며 시각적인 임팩트를 남겼다. 여기에 질끈 묶은 장발에 헤드셋, 한복에 실내화를 매치한 트렌디한 스타일로 'MZ 무당'의 외면을 완성했다. 또 후반부 빙의 연기를 위해 장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 속 박소담을 참고하면서 연구에 임했다. 유독 팬들이 사랑하는 '사제 케미스트리' 역시 숱한 고민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실제로 '파묘' N차 관람을 한 관객 이씨(34세)는 본지에 "첫 번째 관람했을 때 복선과 미쟝센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 번째로 보게 됐다. 인터넷 후기와 분석글을 보고 장재현 감독이 숨겨놓은 장치를 보고 싶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 알던 배우들의 이미지와 다른 연기라고 느껴졌다. 김고은과 이도현의 호연이 특히 좋았다"라며 호평을 전했다.
또 다른 N차 관람을 한 기씨(28세)는 "첫 번째 관람 후 더 좋은 극장의 화면으로 보기 위해 계속 관람을 하게 됐다. 세 번째 관람 후 더 이 영화를 잘 알게 됐다. 캐릭터들의 연결고리를 더욱 이해하게 됐고 주변에게 적극 추천을 하기도 했다. '파묘'의 흥행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들을 보면서 영화에 깊이 몰입하게 됐다. 이도현이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한국 오컬트물에서는 종교인의 퇴마가 주로 다뤄졌는데 '파묘'에서는 젊은 무속인이 등장했다. 화림 봉길이 실제 존재할 것 같은 현실성이 가미돼 몰입이 더 잘됐다. 두 캐릭터의 특색인 '힙'한 아우라와 인물의 서사가 SNS에서 활발하게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현재 군 복무를 이어가고 있는 이도현의 부재가 영화 팬들에게 더욱 아쉬움을 남길 뿐이다. 군백기 중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도현의 복귀가 더욱 기다려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