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에서 민감한 국제 외교 안보 사안까지 거침없이 언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22일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나”라며 “그냥 우리 잘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는 또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고 물은 뒤 두 손을 모으는 포즈를 취하며 중국어로 감사하다는 뜻인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말은 양안 문제에 우리가 굳이 과도한 개입을 해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럼 우린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만과 한반도 평화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라는 건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두 지역은 미중 충돌의 최전선이어서 서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생기면 주한미군 운용에 변화가 불가피하고, 중국도 한반도 상황과 맞물려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역시 그 틈을 타 무모한 도발을 할 수 있다. 내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최근 국제 정세가 그만큼 급박하다는 얘기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대만사태 개입을 공식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이 나서 불개입을 선언하는 것 또한 성급하다. 이 대표 같은 인식이라면 한반도 긴급상황 발생 시 도울 나라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양안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중국도 한반도에 불개입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국가 성립 1년밖에 안 된 상황에도 6·25에 100만 명도 넘는 ‘인민지원군’을 파병한 게 중국이다. 초당적으로 국익 관점에서 그 입장과 표현을 신중히 정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아무리 현 정부 외교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중국에 ‘집적’거린다거나, 총선을 '신한일전'으로 표현한 것도 부적절하다.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며 외교 안보 분야까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고 자칫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외교의 정치화는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