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55) 작가의 단편소설 ‘일러두기’가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47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이혼 후 아버지로부터 인쇄·복사 전문점을 물려받은 ‘재서’와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혼자 사는 “석연찮은 여자” ‘미용’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그렸다.
조 작가는 25일 수상소감에서 “준비가 안 된 부모에게서 태어나 평생을 움츠리고 산 아이, 남의 눈에 멸시의 대상이기만 했던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라는 질문이 이 단편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글을 마치고서야 그녀(미용)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순수한 생명력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너무나 평범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 인물이 만들어내고 행동하는 일상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더 쓰겠다"고 말했다.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일러두기’는 평범한 서민의 삶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따뜻하게 전개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시 변두리 동네의 가난한 이웃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배경처럼 펼쳐내면서 각박한 현실의 이면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의식의 변화를 꼼꼼하게 챙겨 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고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를 설명했다.
1996년 등단한 조 작가는 ‘불란서 안경원’ ‘코끼리를 찾아서’ ‘일요일의 철학’ ‘가족의 기원’ ‘혀’ ‘복어’ 등을 펴냈다.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제47회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우수작에는 김기태 ‘팍스 아토미카’, 박민정 ‘전교생의 사랑’, 박솔뫼 ‘투 오브 어스’, 성혜령 ‘간병인’, 최미래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 등 5편이 뽑혔다. 대상 상금은 5,000만 원,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 원이다. 제47회 수상작품집은 다음 달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