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6 GT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인상적이었던 점은 맵시 있는 차체가 보여주는 날렵한 디자인이었다. 전기차라면 일단 '묵직하다'는 인상을 갖기 마련인데 오히려 스포츠카 같았다. 반면 운전대를 처음 잡고 액셀을 밟았을 때 느낌은 무거운 차체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겉모습과 달리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이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다.
최근 기아 EV6 GT를 운전해 경기 남양주시·양평 등지로 가족 봄나들이에 나섰다. 주말 교통 혼잡을 피해 토요일 오전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를 이용해 왕복 약 100㎞ 구간을 달렸다.
이날 출발 직전 80%가량 충전돼 있던 배터리의 주행 가능 거리는 약 283㎞. EV6 GT는 대용량 배터리를 담은 고성능 전기차로 77.4킬로와트시(㎾h)의 리튬이온배터리(LIB)가 쓰였다. 한 번 충전하면 복합 342㎞, 도심 365㎞를 주행한다. 복합 기준 공식 전비는 ㎞당 3.9㎾h다. 기본형 EV6 모델과 비교할 때 완충 시 최대 주행 거리와 전비는 낮아졌다.
고성능 모델을 만끽해보기 위해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최대한 출력을 높여봤다. 조금씩 속도를 높이자 앞차와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곡선 구간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을 이어가며 차로를 달려 나갔다. 방향 지시등을 이용해 차로를 바꿀 때도 편안했다. 시속 100㎞ 가까이 높였는데도 함께 탄 부모님이 빠른 속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안정적 주행감을 선사했다.
실제 EV6 G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을 뜻하는 '제로백'이 3.5초에 불과할 만큼 폭발적 가속 능력을 자랑한다. 최고 속도 또한 시속 260㎞로, '전기차 스포츠카' 중 최고로 꼽힌다. 최고출력 430㎾(585마력), 최대토크(엔진 회전력이 가장 강할 때의 힘) 740Nm 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시속 90㎞ 가까이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갑작스럽게 정체 구간에 들어서면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보통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무겁게 자리한 전기차 특성 때문에 차체가 쏠릴 수밖에 없을 터. 룸미러로 부모님의 표정을 살폈지만 편안한 표정이다. 강력한 제동력의 배경은 바퀴에 달려 있는 형광빛 브레이크 캘리퍼에 있다. 기본형 EV6의 것보다 커서 부모님께 잔소리 듣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EV6 GT는 기본형 EV6(19, 20인치)보다 큰 전용 21인치 휠을 장착하고 있어 한눈에도 역동성을 더해준다. 특히 트랙 및 로드용으로 특별히 설계·제작된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고성능 타이어'를 쓰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 없이 속도를 낼 수 있을 듯하다.
디스플레이는 전면 전자식으로 구성돼 있다. 운전석 전면에 위치한 12.3인치 계기판과 중간의 12.3인치 내비게이션은 곡선으로 살짝 휘어 있어 운전 중 어려움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하단에는 인포테인먼트와 공조기를 동시에 조절 가능한 터치식 화면이 있어 편리했다.
이날 전기차를 처음 타본 부모님은 '탄탄한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과 정숙함에 마치 방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이런 주행감이라면 서너 시간 거리의 장시간 이동도 겁나지 않는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소음과 진동이 없는 전기차 특유의 특성과 더불어 널찍한 실내 공간도 후한 평가에 한몫을 했다.
EV6 GT의 가격은 7,200만 원부터 시작되며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으로 267만 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