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기대보다 덜 걷힐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부‧여당의 계속된 감세 정책과 야당의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월 45조9,000억 원의 세금이 걷혔다. 지난해 11‧12월 연달아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3조 원(7.1%‧전년 동월 대비) 늘었다. 일단 플러스(+)로 출발했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낙관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1월 세수는 역대 1월 중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주요 세목 중 유일하게 법인세가 2,000억 원 감소했다는 점도 세수 부족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법인세는 지난해 세수 펑크의 장본인이다. 지난해 덜 걷힌 세금 56조4,000억 원 중 법인세 감소분(23조2,000억 원)이 44%를 차지했다. 법인세가 흔들리면 전체 세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단 뜻이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가 전년보다 3.4% 줄어들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다. 그러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난해 기업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올해 감소분은 그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이 올해 내는 법인세는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실적을 공시한 57곳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이익(72조9,000억 원)은 1년 전보다 약 42% 줄었다.
커지는 세수 불안에도 총선을 앞둔 정부는 연일 감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기재부는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주식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높이는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 주겠다고 나섰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여력이 부족해 고강도 예산 구조조정까지 한 정부가 계속적으로 감세 정책을 펴는 건 나라의 근본경쟁력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총선용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밀고 있다. 세수 부족 우려나 막대한 국가채무는 뒷전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개미 독박 과세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투세 폐지에 따른 세수 손실은 연간 1조5,000억 원이다. 게다가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15만 명(전체의 1%‧기재부 추산)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 독박 과세’로 보기도 힘들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5,000만 원을 넘을 경우 20~25%를 과세하는 제도다.
정부‧여당의 감세 정책에 날을 세우던 야당은 돌연 현금성 지원을 들고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벼랑 끝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소요 재원 13조 원 마련 방안으론 예산 구조조정이나 국채 발행을 들었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의 부담을 키운다는 점에서 ‘조삼모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수차례 재난지원금 등으로 급격히 늘어 2021년 970조7,000억 원까지 급증(47%)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