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대학에서 불거진 '입시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음대 교수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강의와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혐의가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만, 대학 측이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비리가 의심되는 교수들을 버젓이 강단에 세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음대 입시비리로 경찰에 입건된 7명의 교수·강사 중 일부는 여전히 교직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입시생 대상 불법레슨 의혹에 연루돼 입건된 경희대 A교수는 실습 한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공연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돼 그는 이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했다. 다음 달 수도권 공연도 예정돼 있다. 학교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의혹 수준이라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건 후 교수로 임용된 사례도 있다. 교수와 입시생을 연결해주는 '브로커'로 알려진 전직 예고 강사 출신 B씨는 올해 3월 국민대에 조교수로 임용돼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경찰은 숙명여대 성악과 입시비리 혐의로 입건한 그가 서울대 입시비리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B씨는 통화에서 "입시 브로커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국민대 측은 B씨 입건 사실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으며, 정당한 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수사를 받는 와중에 올해 입시에 참여한 교수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는 내부 제보를 통해 B씨의 청탁을 받아 2022학년도 입시비리로 입건된 서울대 음대 C교수가 2024학년도 입시 심사에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 여부 확인을 요구하자 서울대 측은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문제 교수들을 섣불리 조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형사 처분이 완료되지 않더라도 교원을 징계할 방법은 있다. 교육공무원 및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원이 품위를 크게 손상해 직위 유지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로 수사를 받을 때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정상적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직위해제까지도 가능하다. 입시비리는 막대한 품위 손상에 해당하는 범죄다.
학교 측이 수사 결과에만 목매 징계를 미루는 사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이화의 장효강 변호사는 "대학 차원에서도 최소한의 혐의 소명 절차는 진행하고,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해당 교수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학생·학부모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남 법무법인 수성 변호사도 "입시비리 사안은 통상 입건 통보만으로도 직위해제 처분이 이뤄지는 사례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소재 음대에 다니는 한 재학생은 "입시비리 혐의로 입건까지 된 교수가 강단에 선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렇게 솜방망이 대응을 하니 비리가 또 일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음대생도 "학교 측에서 강경하게 나오지 않으니 경찰 수사도 흐지부지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