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후 구치소에서 대기... 인권침해일까요?

입력
2024.03.25 09:00
'경찰=유치장' '검찰=구치소' 
2017년 호송업무 분리 후 관행
법무부, 간이지침 마련했지만
영장심사 결과 전 관행은 여전

2021년 3월 2일 검찰이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했다는 혐의였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월 5일 수원지법에서 열렸는데, 그는 심사를 마치고 이틑날(6일) 오전 2시까지 수원구치소에서 영장 발부·기각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 구치소 측은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의와 비슷한 유치복을 입히고 △얼굴사진(머그샷)을 찍었으며 △양손 엄지 지문날인을 거쳐 구치소 독방에 그를 유치했다. 그러나 차 전 본부장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났고, 최근 "구속영장도 발부되지 않은 피의자를 구치소에 가두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영장심사 결과를 구치소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게 부당하다는 논란은, 사실 예전에도 종종 있었다.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음에도 구치소에서 사실상 '옥살이'를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윈회는 2016년 11월 "구속 전 피의자는 가급적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하도록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서 유치장 유치에 비해, 구치소 유치는 과도하게 신체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였다.

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검찰 사건 피의자를 구치소에 유치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다름아닌 '검경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인해 검찰이 경찰서 유치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 주요한 이유인데, 이를 두고서는 그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피의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왜 구치소에서 기다릴까?

피의자 구인 절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시작하지만, 영장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피의자가 대기할 '유치장소'를 정하는 건 원래 법관 권한이다. 현행법상 재판장이 △교도소 △구치소 △경찰서 유치장 등 유치 장소를 구속영장에 기재하고 서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법관은 영장 발부 여부 결정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법원에 피의자를 유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호송경찰관 등에게 물어 유치할 장소를 지정한다.

다만 실무적으로는 △경찰 신청 사건 피의자의 유치장소는 경찰서 유치장 △검찰 청구 사건 피의자의 유치장소는 구치소라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검찰과 경찰이 각각 구치소와 유치장을 판사에게 요청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검찰이 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인근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송치 사건은 물론 검찰 직접 구속 사건도, 피의자를 이동시키고 유치·감시하는 역할을 모두 경찰이 맡은 것이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거리가 먼 구치소보다 바로 옆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대기시키는 것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검·경이 유치장을 공유하는 건 '옛 이야기'가 됐다. 검경 수사권조정 과정에서 경찰이 검찰 사건 호송업무까지 맡는 건 '지위 불균형 사례' 중 하나로 지적을 받았고, 결국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2015년 8월 '호송·인치업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래서 2017년 1월부터 검찰 사건은 검찰이 직접 호송 업무를 담당했다. 의뢰입감 등 별도의 행정 협조 절차를 거치면 경찰서 유치장에 검찰 피의자를 유치시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수사지휘권이 완전히 폐지된 최근엔 경찰서 유치장을 이용하는 걸 양쪽 모두 불편해하면서 '검찰 사건 피의자=구치소 유치' 관행이 굳어졌다.

여전한 구치소 대기 관행

법무부도 인권위 권고 후 2017년 7월 '구인 피의자 교정시설 입소절차 개선 방안' 공문을 전국 교정시설에 지시했다. '알몸 검사' 논란을 빚었던 신체검사를 간소화하고, △수용자와 분리된 별도 유치장 운영 △수용자복 아닌 운동복 착용 △사진촬영 절차 생략 등을 시행했다. 2021년 11월 이후 형집행법 개정에 따른 지침을 개정하는 등 구인 피의자의 희망 여부에 따라 사복 착용도 가능하도록 보완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론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영장 발부 시점이 대부분 일과가 끝난 이후라, 업무 편의상 구속을 가정한 일부 절차를 미리 진행하곤 하는 것이다.

2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차 전 본부장에 대한 사진촬영 및 지문채취도 일선 구치소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인한 지침 위반이라는 게 확인됐다. 차 전 본부장이 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때는 이미 법무부가 하달한 지침이 시행된 이후지만 머그샷을 촬영했고, 구속 결정 후 신분카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지문채취도 먼저 이뤄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현재 상황에선 영장심사 대기 피의자의 구치소 유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검경 간 지휘 관계가 사라진 상황에서 경찰서 유치장을 사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검찰이나 법원 내의 별도 공간을 활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유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과 달리 검찰은 별도의 구금시설이 없다보니, 현실적으로 (법무부 소관인) 구치소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불가피하게 구치소를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구속영장 발부 전 피의자에 대해 사진 촬영이나 지문 채취 등 구속 후 절차를 먼저 밟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 논란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구인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및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