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밝혔다. 4·10 총선을 17일 앞두고 접전지를 중심으로 여당 열세인 여론조사가 잇따라 발표되자 포퓰리즘 성격의 민생 정책까지 꺼내들면서 야당의 공격에 맞서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총선에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더불어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면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투자로 5,000만 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이다. 여야 합의로 한 차례 연기해 2025년 도입 예정인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폐지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 위원장은 "주식거래세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소득에 과세한다면 투자자 이탈이 우려되고 자본시장 침체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공약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이날 민주당 정태호 선거대책위 정책본부장도 "금투세 도입은 조세의 공정성 차원에서 여야 간 합의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최근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고물가 대책과 관련해서도 "고물가와 고금리 등 동료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물가안정자금 1,500억 원 투입을 발표한 국민의힘은 조만간 당정 협의회를 통해 추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도 바짝 죄었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발언을 겨냥해 "상호주의 원칙을 포함시킨 영주권자 투표권 제도를 발의해 불합리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재한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을 폐지하겠단 취지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대중국 굴종인식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면서 "블록화되는 세계 정세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를 구경만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날 회의에서 앞서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조사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공수처가) 총선 직전에 반드시 소환조사가 필요하단 입장을 내고,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단 입장을 내고, 사법 처리가 임박했다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며 "수사기관이 그랬을 경우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정치질에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소환을 요구하는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 "마음이 급하시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 같다"는 입장을 냈다. 이를 두고 자승자박이란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