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처벌 임박… 다급한 교수, 요지부동 전공의, 압박하는 정부

입력
2024.03.2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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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전공의 처벌 철회" 대화 요구 
정부 '구제 불가' 방침과 충돌…쟁점 부상 
"미국 의사 하려면 정부 추천 필요" 쐐기

정부가 내년부터 늘어나는 의과대학 정원 배분을 일단락 지으면서 진료 거부 중인 전공의에 대한 처벌 문제가 의정 갈등에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앞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 위반 관련 3개월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보낸 데 이어 다음 주부터 실제 처분을 진행할 계획이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 처벌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정부는 복귀 시 정상 참작하겠다며 전공의들을 회유·압박했다.

교수들 “전공의 처벌 철회” 대화 요구

22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위협을 거두라”고 요구했다. 앞서 비대위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건 “정부에 대화를 요청하기 위한 절실하고 간절한 호소”라고도 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대국민 성명을 내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분노와 질타를 제발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두 대학을 포함해 강원대, 부산대, 울산대, 전북대 등 20여 개 의대 교수 비대위가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비대위는 12, 15일에 이어 이날 3차 총회를 열어 25일로 예정된 사직서 제출 등 향후 계획을 점검했다. 이와 별개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최근 집단행동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다만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더라도 환자 진료를 계속할 예정이라 당장 의료대란이 일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교수 사회는 전공의 처벌 취소 요구를 전면에 걸고 어느 때보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발송했던 면허정지 사전통지에 대한 소명 기한이 25일부터 순차적으로 경과해 이르면 26일부터 실제 면허정치 처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일을 25일로 정한 이유도 전공의 면허정지를 막기 위해서다.

강한 대화 의지도 발신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 대화에 응해 준다면 사직서 철회도 가능하다”고 재차 밝혔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도 “이제라도 정부가 전문가 목소리를 경청하고 전공의,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그동안 ‘의대 증원 백지화’(의사단체)와 ‘2,000명 협상 불가’(정부)라는 전제 조건에 꽉 막혀 있었던 의정 대화가 물꼬를 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하지만 정부가 ‘전공의 구제·선처 불가’ 방침을 고수할 경우 전공의 처벌 문제는 의정 갈등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교수들이 ‘제자 보호’를 명분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만큼 대정부 투쟁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선거 중인 대한의사협회 회장 후보들도 대부분 강경파다. 의협 비대위는 “현 정부를 정상적인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정상적인 정부가 만들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전공의 복귀 시 정상참작” 압박

정부는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이행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며 교수들의 대화 요청에 화답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비대위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며 “일시, 장소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한 처분이 이뤄지기 전 의견 제출 과정에서 수련병원에 복귀하고 근무 의사를 표명하는 경우에는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유화책도 내놨다. 달리 말하면 ‘복귀 거부 시 원칙대로 처분을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이기도 하다.

박 차관은 “이번에 행정 처분을 받으면 미국 의사가 되는 길이 막힐 수 있다”고도 했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복귀를 포기하고 미국 의사면허 자격 취득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한 경고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이 없는 국내 의대 졸업생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려면 미국 ‘외국인의료졸업생교육위원회’ 후원으로 발급되는 비자(J1)가 필요한데, 위원회는 신청자 본국 보건당국의 추천서를 요구한다. 복지부의 ‘해외수련추천서 발급 지침’을 보면 신청일 기준 1년 전부터 해외 수련 종료일까지 의료인 행정처분 대상자는 추천에서 제외된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