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기업인, 교수 등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온라인에서 빈발하자 유명인 130여 명이 직접 플랫폼과 정부를 상대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장악한 가짜뉴스나 사기 광고에 대응하기 위해 유명인들이 의기투합한 건 처음이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미경 강사, 방송인 송은이와 황현희,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유사모 대표로 참석해 피해 실태를 공개했다.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한 김 강사는 "최첨단 테크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이 현재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돈만 쓰면 누구나 (사칭)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은 현재 광고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유명인 사칭 사기범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했다. 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유명인만 아는 비밀 정보'라는 거짓 광고를 흘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으로 피해자들을 꾀어낸 후 투자금을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에만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투자 리딩방의 불법행위 피해건수는 1,000건 이상, 피해액은 1,200억 원 대에 이른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실제 피해액은 1조 원이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명인들은 무방비로 초상권을 도용당한 것도 억울한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조한다"는 대중의 오해와 질타까지 받는 상황이다. 김 강사는 "우후죽순 생기는 사칭 광고 계정을 신고하느라 사무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명예 실추도 억울하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유사모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송씨도 "SNS 메시지나 메일로 하루에 50~60건씩 사칭 광고가 진짜냐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했다.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국민 MC' 유재석부터 권일용 프로파일러, 가수 엄정화, 배우 김아중, 김동환 삼프로TV 대표 등 유명인 137명이 뜻을 같이 했다.
유사모는 온라인 사칭 범죄를 보이스피싱 범죄로 규정해 전담팀을 꾸려 수사해 달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시민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