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日 교과서 악재...순탄한 한일관계 암초 만났다

입력
2024.03.22 18:00
日, 중등 교과서에 "창씨개명 자유의지"
군함도 조선인 강제동원 명시 안 해
"강제동원 배상책임, 한국정부에" 책임 회피
전문가들 "일본 역사왜곡 방치한 관계개선 불가능"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등 한일갈등을 풀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결단에 일본이 '역사왜곡'으로 응답했다. 내년부터 일본 중학생들이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가 '독도는 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과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를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순탄한 흐름으로 전환됐던 한일관계가 다시 암초에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라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와 창씨개명의 강제성을 전면 부인한 중학교 교과서에 대한 검정을 승인한 것에 대한 항의 성명이다. 교과서에는 독도(일본 '다케시마')에 대해 '한국이 불법 점거'한다는 설명도 담겼다.

외교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과 서술이 강제성이 드러나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됐다는 점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홍균 1차관도 이날 오후 5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정치적 결단' 결과는 '역사왜곡'…전문가들 "단호히 대응해야"

일본의 이날 결정으로 당장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전략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 외교부는 지난 6일 강제동원 해법 발표 1년을 맞으며 "한일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 간의 협력을 이끌어낸 계기가 됐다"며 "해법에 진전이 있으면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측 재단이 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추진하는 '성의'를 보인 만큼 일본 역시 '합당한 응대'를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사업이랄 게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일본의 역사왜곡이 반복될수록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논의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의 기금 참여도 여전히 전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단호한 대응을 주문한다. 일본의 역사인식 후퇴는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라 불리는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어렵게 회복한 한일관계를 깨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역사를 후퇴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그간 표명한 입장을 번복하는 것"이라며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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