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수진 변호사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강북을 4·10 총선 후보로 친이재명(친명)계 원외 인사인 한민수 대변인을 선택했다. 목함지뢰 피해자 '거짓 사과' 논란의 정봉주 전 의원과 아동 성폭행범 변호 이력으로 논란이 된 조 변호사 공천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박용진 찍어내기'라는 무리한 공천이 드러났지만, 끝내 인정하지 않고 '이재명 공천'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 대표는 22일 서울 강북을 후보로 한 대변인을 인준했다. 후보 자격을 부여하려면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앞서 당 지도부는 이 대표에게 전권 위임했다.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6시를 불과 6시간 앞두고 절차상 검증 과정 없이 이 대표가 한 대변인을 낙점했다는 의미다. 한 대변인은 대표적 친명계 인사다. 대선후보 경선 기간이던 2021년 이 대표 캠프 공보수석으로 영입됐고, 대선 본선에서는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맡은 2022년부터는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 한 대변인은 박 의원과 조 변호사 간에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이 확정됐던 18일 CBS라디오에서 "박 의원에게 재경선할 수 있는 기회를 안 줘도 무방하나, 반발도 있고 하니 또 준 것"이라며 '비명학살' 주장을 반박했다.
박 의원은 사실상 세 번이나 공천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또다시 '비명학살 친명횡재'"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이 대표는 이를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충남 서산시에서 취재진과 만나 '친명 공천 아니냐'는 질문에 "참 한심한 얘기"라며 "한 대변인이 친명이면 경선 기회를 이렇게 안 줬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진짜 (한 대변인이) 친명이라면 단수공천을 했거나 경선 기회를 줬겠지, 지금까지 빼고 있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전략경선 차점자인 박 의원이 공천 기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특혜'로 절하했다. 경선 기회를 이미 두 차례나 줬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박 의원은 두 번의 기회로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 평가를 받았다"며 "한 번의 기회도 갖지 못하고, 당에 오래 헌신했던 한 대변인을 후보로 결정하자는 게 최고위의 압도적 다수 의견"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럼에도 당 안팎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앞서 한 대변인은 정 전 의원 공천 취소로 치러졌던 강북을 전략경선 후보 공모에 지원했지만, 당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경선 탈락이 문제라면, 그 전 단계인 후보 공모에서 탈락한 한 대변인도 공천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강민석 대변인은 "(박 의원을) 배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한 대변인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북을 후보의 잇따른 교체는 이 대표가 자랑한 '시스템 공천'을 무색하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대위 공보단 논평에서 "평소 이 대표를 비판하던 눈엣가시 같던 박 의원을 보란 듯이 떨어뜨리고 친명 한 대변인을 전략공천한 게 '이재명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