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일본 두 나라와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의회에서 역설했다. 북한 핵무기가 양국뿐 아니라 자국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한미일 3국 공조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한일) 양국 간 과거사 이견을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가 겸허하게 인정해야 하지만 어쨌든 그들과 계속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때의 일본제국주의가 아니다”라며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실존적 위협은 양국과 솔직히 우리나라(미국)까지 핵무기로 겨냥하고 있는 북한”이라고 환기했다.
3국을 향한 위협은 북한뿐만이 아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한반도 전구(戰區) 작전 환경은 매우 타이트하다”며 중국의 해상 전략인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Area Denial)’를 배경으로 거론했다. 일본, 대만, 필리핀, 말라카 해협을 잇는 ‘도련선(島鏈線)’ 내로 미군이 진입하면 대함 미사일로 무장한 폭격기나 대함 탄도미사일 등으로 격퇴한다는 구상이 중국의 A2/AD다. 한일이 포함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은 A2/AD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하다. 그는 “세 나라 모두의 안보를 위해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설상가상 러시아까지 가세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는 게 러캐머라 사령관의 인식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에서 신규 대북 제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북한이 제재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우려를 자극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보 위협이 커져서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완료를 위한 궤도에 우리가 있지만 그것은 시간이 아닌 조건에 기반하고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한미는 2014년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한미 연합 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보유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조성 등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해 기준을 충족하면 미국이 한국에 전작권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유사시 군수품 조달에 미국과의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러캐머라 사령관은 장담했다. 그는 ‘인도·태평양이 미국에서 멀어 군수품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제3세계 국가가 아니라 (군수품) 생산 능력을 갖춘 선진국”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