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3월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방문해서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남침 승인을 계속 졸랐다. 이미 1949년 3월에도 소련을 방문하여 남침 허락과 필요 무기의 지원을 요청하였다. 2차 대전 이후의 국제 정세를 예의주시하던 스탈린은 남침을 승인하지 않았으나 승패를 좌우할 전략 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소련의 T-34 전차는 대북 무기 지원의 핵심이었다. 스탈린은 1950년 1월 한국을 극동방위선에서 제외한다는 미 국무장관 애치슨의 선언 등으로 미국의 참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남침을 승인하였다. 김일성은 소련에서 지원받은 242대의 전차를 앞세우고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다. 서울을 제일 먼저 점령한 제105탱크 사단은 북한군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반면 남한은 국토방위 전력을 전혀 갖추지 못하였다. 당시 남북한의 전력은 완전 비대칭이었다. 해방 후 미국의 대한(對韓) 군사원조정책(1948~1950)에 따라 10만 명이 안 되는 국군의 기능은 '국내 치안 유지'였다. 오히려 북한에 대한 공격 억제 정책에 따라 현대전의 핵심인 전차를 보유하지 못했다. 단 1대의 전차도 없었고, 미국이 원조해 준 구형 M8 장갑차 27대와 M2/M3 병력수송용 장갑차 24대가 기갑연대에 배치되어 있었다. 국군은 무기와 병력 면에서 인민군에게 중과부적이었고 육탄 방어로는 불가항력이었다.
3월 둘째 주 우리의 한미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에 맞서 북한이 M2020 신형 탱크를 공개하며 대남 전쟁 의지를 과시하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탱크 부대 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그가 직접 신형 탱크를 조종하는 사진도 내놨다. 김정은이 직접 탱크에 탑승하고 탱크 부대를 방문한 사진은 한두 건이 아니다. 아마도 6·25 전쟁 당시 남침에서 무소불위의 역할을 했던 선대의 기억 때문인지 최고지도자의 탱크 사랑은 덕후 수준이다.
하지만 2024년은 1950년과 다르다. 김정은에게 M2020 신형 탱크가 있지만 국군에게는 K9 자주포와 K2 전차가 있다. M2020 탱크의 최대 특징은 바퀴가 6륜(輪)이라는 점이다. 평원에 적합한 대형 전차여서 방어력과 공격력은 양호하나, 기동력이 미흡하다. 1,500마력의 디젤엔진이 필수이나 북한의 기술은 1,200마력 엔진 제작이 가능한 수준이다. 3월 초 폴란드 기동훈련에서 모습을 드러낸 K9 자주포는 국제무기 시장에서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육군은 2020년대 말까지 육군의 주요 전차를 K2 흑표로 교체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기갑전의 도약을 상징하는 K2 전차는 현재 세계 무기산업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20㎜ 활강포와 첨단 전자 장비를 갖추었으며 능동보호시스템 장착으로 적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력도 뛰어나다. 미국의 에이브럼스, 독일의 레오파르트 전차를 가성비에서 능가한다는 평가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2024년 군사균형 보고서에서 남한의 탱크 보유 대수는 7,261대, 북한은 6,560대로 각각 발표했다. 남한이 탱크 전력에서 북한보다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 우세하였다. 우리의 자주국방 능력은 확실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다. 재래식 군사력 통계에서는 올해 한국은 5위를 기록하였다. 지난해 6위에서 영국을 밀어내고 한 단계 상승하였다. 순수 재래식 무기 및 첨단 장비 종류와 국방비, 병력수, 작전수행 능력, 군수 지원력 및 전쟁 수행 경제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도출한 자료이다. 문제는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가 포함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30~4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위협은 재래식 무기로는 대응이 어렵다. 김정은의 신형 탱크는 K2 전차와 K9 자주포로 균형을 맞추었다. 핵무기에 대한 억지력과 균형 전략이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안보의 숙제로 부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