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일정을 이유로 또 본인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궐석 재판이 가능한 공직선거법을 근거로 예정대로 공판을 진행했지만, 이 대표의 다른 혐의를 다루는 재판부는 강제소환을 경고한 상황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 대표의 재판 불출석에 법원이 제동을 걸지 관심이 모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는 22일 '고(故) 김문기·백현동 특혜 의혹 발언'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이 대표의 공판기일을 열었다. 그는 전날 '절차 진행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대신 총선 유세를 위해 충남 서산시 동부시장 등을 찾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 등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검찰은 이 발언이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날 "선거법에 따라 불출석 상태에서 진행하겠다"며 예정된 전직 성남시 공무원 A씨의 증인신문을 했다.
공직선거법(270조의2)은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 또는 그 후에 열린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도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피고인에게는 형사재판 출석 의무가 있지만, 선거법 등 일부 예외의 경우 궐석 재판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에도 국정감사를 이유로 해당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재판이 연기되거나 그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총 3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최근 각 재판부에 총선 전까지 법정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 심리로 예정됐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그가 나오지 않아 재판은 공전했다. 12일에는 오전 재판을 빼먹고 오후에 '지각 출석'하기도 했다.
해당 재판부는 "다음 기일(26일)에도 안 나오면 강제소환을 검토하겠다"면서 구인장 발부를 시사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외하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다. 다만 비회기 중엔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도 구인할 수 있다. 재판부가 강제소환을 거론하면서 "선거 기간에 국회가 안 열리는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이유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기일 등 재판부와 협의가 끝난 내용을 피고인이 지키지 않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총선 당일이나 전날도 아닌 총선 임박 사정까지 고려해 달라는 건 사실상 특권 요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