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부산으로 자신을 찾아온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미스터 린턴(Mr. Linton)'이라 부르며 영어로 말했다. 인요한 전 위원장은 한국에서 4대째 살고 있으며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2. 김예지 국민의미래 의원이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일상에서 자주 쓰는 '장애를 앓다', '외눈박이 같은 견해', '눈먼 돈' 등 비유 표현의 문제점을 돌발 퀴즈로 내서 비대위원들과 같이 풀었다.
두 장면은 한국 혐오정치의 교과서와 같은 상징성을 갖는다. 이 대표의 언행에서 사람들은 "우리와 피부색 등 외모가 다른 사람은 배제해도 괜찮구나" "그들은 결코 '우리'가 될 수 없군"이라는 메시지를 읽는다. 전라도 태생의, 한국 사회를 위해 선교, 의료, 정치적 기여를 한 집안의 의대 교수인 백인 남성을 이방인 취급해도 괜찮다면,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장애를 앓다'가 아니라 '장애가 있다', '외눈박이 같은 견해'가 아니라 '편협한 사고방식', '눈먼 돈'이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라고 써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4분이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김 의원은 우리가 일상 언어를 예민하게 보는 훈련을 하도록 했으며, 혐오와 비하가 들어간 언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최근 미국 정치에 '낙수공격'(Trickle-down Aggression)이란 말이 회자되었다. 철학자 케이트 맨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캠페인을 비판하면서 썼는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공격적 언행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걸 가리킨다. 원래 낙수 모델은 경영학에서 경영진의 행동을 하위직 직원의 태도 및 행동에 연결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윤리적 리더십, 성실성 등 상사의 긍정성은 낮은 직급 직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반면, 부패, 완고함 같은 부정적 리더십은 부정적 태도를 이끈다는 것이다. 낙수 모델은 사회 학습이론에 기반을 두는데,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의 행동을 관찰한 다음 그러한 행동을 모방하곤 한다.
정치인이 약자 혐오감을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하면, 대중들은 그의 모습을 관찰한 후 그대로 모방한다. 이는 미국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2016년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트위터(현 X) 네트워크를 분석하니, 가장 많이 리트윗된 해시태그 중 하나가 '#도널드트럼프'였다.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대중들을 극우 성향으로 치닫게 선동하는 자극제 역할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런징 루와 소피 옌잉셩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가 중국과 코로나19를 연계해 트윗을 올릴 때마다 4시간 안에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칭크(chink)를 사용한 인종차별적 트윗이 미국 전역에서 20% 증가했을뿐더러, 같은 날 아시아계 혐오 범죄 신고 건수가 8% 증가했다.
선거가 불과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 캠페인에 열일 중인 후보들의 입을 주시하자.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후보들은 진짜 중요한 사회문제를 가리는 사람들이다. 이번 선거만은 낙수공격 대신,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낙수포용이 위로부터 아래로 흘러넘쳐나는 선거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