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에 대출도 부진…저축은행 9년 만에 적자

입력
2024.03.22 14:00
연체율 3.14%P 상승,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고금리에 조달비용 급증..."손실 흡수 여력 충분"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업계가 5,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3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5,089억 원의 적자를 낸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22일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 당기순손실은 5,559억 원으로 전년(1조5,622억 원 흑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4년까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2015년부터 흑자를 이어왔다.

업계가 적자를 피할 수 없던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PF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부실 PF 사업장을 손실로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지도하면서, 충당금이 전년 대비 50.5% 증가한 3조8,731억 원에 달한 것이다.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도 83.4%나 늘면서 이자 비용으로 5조3,508억 원을 썼다.



저축은행 주 고객들이 신용점수가 높지 않은 계층인 만큼 연체율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3.41%) 대비 3.14%포인트 증가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PF 대출이 포함된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8.02%로 전년 대비 5.12%포인트 늘었으며, 가계대출은 5.01%로 같은 기간 0.27%포인트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2.7%로 지난해 9월 말 대비 0.28%포인트 올랐다. 총선 이후 PF 부실이 본격화하면서 '4월 위기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2011년 당시 저축은행 사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가 일어난 2011년 저축은행 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1%(6월말 기준)에 그쳤다. 자기자본비율은 기업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경우 8%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자기자본비율은 14.8%인 만큼 손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연체율도 당시 25.1%로,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손충당금 적립률 역시 113.9%로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준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지난해부터 대출 규모를 줄여온 상태다.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11조 원(9.6%) 줄어든 104조 원을 기록했다. 조달비용이 늘어난 데다 연체율도 높아져 최고 신용도가 아니면 대출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해 조달 금리가 6.5%까지 오르면서 대출금리를 20%로 받아도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부정적 요인이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빠른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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