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중 하나인 '2020년 조지아주(州)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이 또다시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와 검사장 간 불륜 논란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한 형사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시간 끌기 전략이 다시 한번 먹혀 들어간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대선 뒤집기 사건을 심리하는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고등법원의 스콧 맥아피 판사는 조지아주 풀턴검찰청 패니 윌리스 검사장의 적격 여부를 다시 따져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항소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맥아피 판사는 내연 관계가 드러난 윌리스 검사장과 네이선 웨이드 특검 두 사람 중 한 명이 재판에서 손을 떼라고 결정했다. 이에 웨이드 특검이 스스로 사임하면서 윌리스 검사장은 그대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의 사임만으로는 "법원에서 인정한 하자를 치유하는 데 부족하다"며 지난 18일 이의를 제기했다. 윌리스 검사장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건을 가장 잘 아는 특검의 낙마에 이어 이를 지휘한 검사장까지 적격 시비에 엮이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어려울 지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조지아주 선거에서 진 뒤 주 국무장관에게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당시 윌리스 검사장이 임명한 민간 변호사 신분의 웨이드 특검이 수사를 주도했다. 그런데 이후 트럼프 측 변호인단이 검사장과 특검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2022년 봄부터 지난해까지 사적 만남을 이어간 것은 맞지만 부당 이득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맥아피 판사는 지난 15일 판결에서 둘의 관계를 놓고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부적절해 보인다"고 언급, 트럼프 측에 추가 공격의 단초를 제공했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인 스티븐 새도우 변호사는 성명을 통해 "항소를 통해 사건이 기각되고 검사장의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법리스크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 재정난이다. 지난달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민사재판 1심에서 패소한 그는 항소심 진행을 위해 오는 25일까지 공탁금 4억5,4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금이 없다며 버티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탁금을 끝내 내지 않으면 뉴욕 검찰은 부동산 등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예 파산 신청을 해 최소 대선 전까지 자금난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지만, 자신이 구축한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지여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