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7분기 만에 흑자 전환... 삼성·하이닉스 실적 파란불

입력
2024.03.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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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 업체 마이크론
메모리 가격 상승·AI 붐 힘입어 호실적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지난해 12월~올 2월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잇는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3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실적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이 깜짝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출이 58억2,4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억9,1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 실적 발표 때 제시한 자체 전망치 53억 달러뿐 아니라, 시장이 예상했던 53억5,000만 달러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은 무려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업황 악화로 2022년 3분기부터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호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 추세인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반도체 산업에 수년에 걸친 새로운 기회를 가져왔다"며 "마이크론이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했다. 세계적인 AI 개발 붐의 영향으로 최근 반도체 시장은 D램의 일종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로,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5세대 HBM인 HBM3E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이미 이를 통해 수익까지 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로트라 CEO는 "HBM3E로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HBM3E는 (2분기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미 2024년 판매 물량은 완판했고 2025년 공급 물량도 대부분 (고객사에) 할당됐다"고 했다.


이에 더해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3~5월) 매출 예상치를 66억 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60억2,000만 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날 실적 발표 후 마이크론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18% 급등했다.

마이크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놓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약 2%, 7%씩 올랐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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