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라고 한다. 기업이 브랜드를 내세우는 것처럼 개인도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브랜드가 돼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남들에게 내보여야 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브랜드 마케터 김키미는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에서 왜 퍼스널 마케팅이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마케팅이 다른 사람에게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타인으로부터 "당신은 좋은 사람이군요"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그렇다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스널 브랜딩을 유난히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무조건 '저는 좋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이 가진 좋은 인성과 능력이 팔로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함과 일관성이 필수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이른바 '셀럽'들이 생겨났다. 솔직히 요즘은 책 광고도 일반 매체보다 인스타그램에 셀럽과 책 사진을 같이 올리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런 건 유명인들의 얘기고 자신은 도대체 방법도 모르고 취미도 없어서 SNS를 운영하지 못하거나, 아이디는 겨우 만들었는데 올릴 이야기가 없어서 여태 '개점휴업' 상태로 놔두고 있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이들을 만날 때마다 예로 드는 곳이 바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백반집이다. 창신동이라는 말만으로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 식당은 7,000원으로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 말고도 특장점이 하나 더 있으니 그것은 바로 60세가 넘은 여성 사장님이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한다는 사실이다. 정보기술(IT)에 능통한 직장인도 아니고 모바일 디바이스도 생소할 게 뻔한 할머니께서 식당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선택했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사장님은 브랜딩의 핵심이 화려함보다는 꾸준함과 일관성이라는 것을 태생적으로 알고 계신 것이다.
나도 그 식당의 인스타그램 팔로어지만 피드에 올라오는 사진이라고 해봤자 매일 바뀌는 반찬과 음식들이 전부다. 그리고 아주 짧은 메시지가 사진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입니다'라고 식당 이름을 알리는 태그 옆으로 '바빠요' 또는 '오늘도 바빠요' 이게 내용의 전부다. 아침 열 시부터 줄을 서는 점심식사 손님을 받으려면 재빨리 밥과 반찬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텐데 그래도 매일 빼놓지 않고 올리는 사장님의 한마디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며칠 전엔 '바빠서 상차림은 패스!'라고 쓰고 주방의 반찬 사진만 올라왔다.
술 마신 다음 날이면 그리워지는 얼큰한 콩나물국이나 미역국도 좋고 고추지, 김, 오이김치, 메추리알 같은 반찬도 좋지만 아내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건 생선구이다. "더 먹고 싶으면 또 달라고 하라"는 식당의 인심에서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느낀다. 수십 년 전 작은 가정식 식당으로 시작한 이곳은 SNS라는 창구를 통해 메뉴 업데이트, 특별 행사, 그리고 때때로 뒷이야기를 공유한다. 얼마 전엔 비 오는 날 시장에 주방 그릇 사러 갔다가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 119가 올 때까지 곁에서 자기 손을 꼭 쥐고 걱정해 주던 여성을 찾는 사연을 올렸다. 이 글을 읽고 식당으로 찾아오면 따뜻한 밥 한 그릇 꼭 대접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매일매일 꾸준히 일관되게,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백반집 사장님에게 배우는 '브랜딩의 일관성'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