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발치한 고양이의 잦은 구토, 발치와 관련이 있을까요?

입력
2024.03.21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고양이 4마리, 강아지 1마리와 함께하시는 11만 유튜브 읏디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저도 평소 읏디님의 유튜브를 즐겨 보곤 했었는데요. 읏디님께서 두 가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하나는 전발치한 고양이가 자꾸만 구토를 해서 괜찮을지 문의해 주셨고, 다른 하나는 집 안의 환경이 고양이에게 적절한지 펫테리어를 문의해 주셨네요. 그럼 읏디님의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볼까요?

전발치한 고양이 괜찮을까?

먼저 전발치한 고양이가 자주 토하는 문제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구조한 고양이 중에는 구내염(입 안 점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나 치은염(잇몸에 염증이 생긴 것)이 너무 심해서 전발치해야 하는 경우가 제법 있는데요. 이때 보호자 입장에서는 전발치하면 이빨이 없다 보니 고양이가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전발치해야 할 정도로 구내염이 심하고 치아가 녹아 있는 상태라면, 그런 치아가 남아있는 게 더 아플 겁니다. 오히려 통증으로 인해 섭식 장애(먹지 못하는 것)를 초래할 수 있어요. 또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 초식동물처럼 음식물을 오래 씹지 않습니다. 고양이 치아를 보면 사람과 달리 굉장히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보통 사냥감을 꽉 잡아서 근육을 뜯어낸 뒤에는 몇 번 씹지 않고 꿀꺽 삼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실내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알갱이 모양의 사료나 부드러운 습식 사료를 먹기 때문에, 고양이 치아가 하는 역할은 크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발치를 하더라도 고양이가 섭식하는 데 원칙적으로 큰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전발치한 고양이가 자주 토하는 이유

다만 전발치 이후 음식을 먹는 속도가 변하거나 고개를 움직임에 변화가 생길 수는 있어요. 이런 것들이 가끔 토출, 즉, 먹자마자 토해내는 증상을 유발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고양이가 먹이를 꿀꺽꿀꺽 삼키면서 너무 빨리 먹는다고 생각되면, 고양이가 천천히 먹을 수 있도록 사료를 넓은 접시나 수건 위에 뿌려줄 수 있습니다. 또 사료를 입으로 먹기 위해 고개 움직임이 불편해진 경우라면, 밥그릇이나 물그릇의 높이를 조정해 주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발치 고양이가 구토를 자주 한다면 의외로 소화기 염증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화기의 시작은 바로 ‘구강’인데요.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 점막에 염증이 있는 경우, 구강뿐 아니라 장에도 만성 염증이 있을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하게 항문에 자주 염증이 생기는 경우에도 소화기 염증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답니다.

고양이 구강에 염증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면역 세포(림프구나 형질구 등)의 면역 반응(외부 세균 등을 방어하기 위한 세포 반응)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제법 흔합니다. 이런 환자의 일부는 염증성 장 질환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따라서 전발치 고양이가 구토를 자주 한다면 소화기에도 문제가 있는지 꼭 같이 확인해 주세요.


읏디네 펫테리어 체크

두 번째 고민인 읏디님 가정의 펫테리어를 체크해 보겠습니다. 보내주신 평면도를 보면 고양이들을 위해 여러모로 섬세하게 신경 쓰신 것이 느껴집니다. 밥그릇과 물그릇의 위치도 분리해 두셨고, 고양이를 위한 캣타워나 캣워커도 있습니다. 또 다리가 불편한 친구를 위해서 슬라이드형 계단도 잘 만들어 주셨다고 하네요.

다만 몇 가지를 첨가하자면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스크래쳐 같은 것들을 고양이를 위한 필수 자원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은 원칙적으로 고양이 수보다 1개 많은 수만큼 있는 것이 좋습니다. 고양이는 같은 사회적 그룹이 아닌, 다른 고양이와 자원을 공유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에요. 이런 모습이 사람에게는 잘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자원 공유를 꺼리는 경우 물을 살짝 적게 마신다거나 배변할 때 기회를 놓쳐서 변비가 생길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필수 자원을 [고양이 수 + 1]만큼 준비할 때 특히 중요한 점은 이 자원들을 서로 다른 영역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평면도를 살펴보면 밥그릇이나 화장실, 캣타워 등이 한곳에 몰려서 배치되어 있는데요. 이런 경우 고양이에게는 이것은 2개의 화장실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공중 화장실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따라서 가능하다면 자원은 분리 배치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공간의 한계로 이런 원칙을 잘 지키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서로 다정하게 지내는 고양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고양이 그룹 + 1]만큼 필수 자원을 배치해 볼 수도 있답니다.

한편 여러 개의 화장실을 배치해도 고양이들이 아웅다웅하면서도 하나의 화장실만 쓰는 경우도 있죠. 이 경우 잘 쓰지 않는 화장실의 위치를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화장실의 위치가 너무 시끄럽거나 번잡하지 않은지요.

또 스크래쳐는 사람에게 얼핏 ‘발톱 깎기’ 같은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요. 고양이에게 스크래쳐는 발톱을 갈 뿐만 아니라, 영역이나 의사 표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발바닥에는 페로몬이 분비되는데 고양이는 발톱을 갈면서 이것을 스크래쳐에 묻히게 되면, ‘여기까지는 내 자리!’라고 표시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간단하게 만든 스크래쳐라도 여기저기 충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번에는 다리가 불편한 고양이를 비롯해서 여러 아픈 고양이를 기르는 고마운 집사분, 읏디님의 사연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솔루션이 조금이나마 고양이들을 돌보는 데에 도움이 되셨길 바라봅니다. 읏디님과 고양이들, 그리고 청일점 강아지까지 모두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김효진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