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을 자부했던 국민의힘 4·10 총선 공천이 '막장 폭로전'으로 치달았다.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비례대표 명단에 반발했던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이 20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그 측근을 겨냥해 "밀실 공천"을 주장하면서다. 사퇴 요구 등에는 선을 그으면서 '파국'은 면했지만,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볼썽사나운 분열 양상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한 위원장 책임하에 진행돼 왔다"면서 "공천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초 비례대표 공천은 이 위원장이 속한 국민의힘 공관위에서 먼저 결정한 후 국민의미래 공관위로 이관하기로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한 위원장 중심 공천이 이뤄졌단 뜻이다. 이 위원장은 이틀 전 비례대표 발표 여부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윤재옥 원내대표께 '이렇게 협의 없이 단적으로 밀실에서 이뤄지면 어떻게 함께하겠느냐'는 뜻을 전달했다"며 "특정인 한 사람이 결정하고 다 따라가면 더불어민주당과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날 선 발언도 쏟아냈다. 한 위원장에 대해선 "비대위원은 비례대표로 가면 안 된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이 김예지·한지아 비대위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것이 '약속 위반'이란 것이다. 한 위원장과 가까운 장동혁 사무총장과 관련 "(나보다는) 장 사무총장이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고, 김형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겨냥해 "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 처리 문제에 대한 공관위원들 생각이 달랐다"고 굳이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이철규, 특정 인사 비례 요구' '한동훈-이철규, 삿대질 고성 갈등' 등 언론 보도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민영삼 전 당대표 특보, 백현주 국악방송 사장 등을 추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권한 없이 청탁한 것이 아니라, 제가 해야 할 책무 중 하나"라고 했다. 호남 인사 혹은 당에 헌신한 인사들이기 때문에 정당한 추천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에게 불리한 보도가 나간 데 대해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 여러분은 잘 아시리라 생각이 된다"며 한 위원장 측을 에둘러 지목했다.
다만 한 위원장에게 비례대표 명단 전면 재검토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다. 이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장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며 "제가 억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 전 위원장 등 본인이 추천했던 인사들을 지금이라도 넣어달라는 요구까지는 아니란 의미다. 또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선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내홍의 파장은 후보자 추천 마감일(22일) 전에 발표될 비례대표 명단 수정안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나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추가된다면 어느 정도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지만, 아닐 경우 친윤계 일부의 불만이 더 쌓일 수 있다. 국민의미래 공관위는 이날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
한 위원장 측은 일단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장 사무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당내 잡음으로 인해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 당에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들께서 바라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도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