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아 식량 위기가 나날이 고조되자 유엔이 "이스라엘의 구호 방해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보냈다. 가자지구에서는 7월까지 주민 절반이 재앙 수준의 식량난에 시달릴 것으로 관측됐다. 가자지구 상황은 거듭 나빠지는데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구호물자 전달을 제한하고 있는 수준과 적대행위를 계속하는 방식은 기아를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르크 대표는 "(가자지구) 점령국 이스라엘은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호단체의 인도적 지원 활동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며 "위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7월 중순까지 가자지구 인구 절반(111만 명)이 통합식량안보단계(IPC) 기준으로 5단계 재앙·기근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나머지 절반의 인구도 이 기간 3단계 위기(12%), 4단계 비상(38%)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의 IPC 분류 체계는 식량 위기를 △정상 △경고 △위기 △비상 △재앙·기근 등 5단계로 평가하는데 가자지구 절반은 최악의 식량 위기를 목전에 둔 셈이다. 미국 CNN방송도 "사람들은 풀과 동물 사료를 먹고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참혹한 실태를 전했다.
가자지구 상황이 이토록 열악해진 이유는 이스라엘이 구호품 육로 수송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칼 스카우 WFP 부국장 겸 최고운영책임자는 "가자지구로 식량을 이동시키는 것은 사방에 장애물이 있는 미로를 헤쳐나가는 것과 같다"며 "복잡한 국경 통제와 가자지구 내부 긴장으로 식량 전달이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15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구호품을 감독하는 이스라엘 기관 팔레스타인 민간협조관(COGAT)은 이번 달에 하루 평균 126대의 식량 트럭이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WFP는 단순히 기본적인 식량 수요를 해결하려 해도 매일 최소 30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들어가야 한다고 추산한다. 필요한 최소 식량의 절반도 전달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구호 훼방'에 발뺌하고 있다. CNN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이스라엘의 정책은 가자지구에 필요한 만큼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호단체들은 이를 반박했으며 이는 심지어 본인 발언과도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만 제공한다"고 밝혀 비난을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