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발언 수위 조절… "유럽 제 몫 내면 미국 탈퇴 안 해"

입력
2024.03.20 08:27
'유럽 부담 증대 위한 협상술' 주장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하면 재집권 시 나토를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나토 관련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동맹국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침공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GB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공정한 경기를 하기 시작한다면(국내총생산의 2% 이상 국방비 지출을 의미) 미국은 나토에 잔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100%다"라고 답했다.

그는 정당한 국방비용 지출을 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할 것이라는 지난달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협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가 돈 많은 나라들을 지켜야 하며, 미국이 나토의 국방비 부담 대부분을 지불해야 하는가"라면서 "미국은 미국의 정당한 몫을 지불해야지, 나머지 모든 국가들의 정당한 몫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자신의 진의가 나토 탈퇴나 나토 회원국 방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적정한 국방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경선 유세에서 재임 당시 나토의 한 동맹국 정상과의 나토 회의 중 대화를 소개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한 큰 나라의 대통령이 일어나서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하자, 나는 (중략)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 행위에 동조하는 망언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