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98만 원 연말정산 환급'... 500만 명이 찜한 '만능 통장'

입력
2024.03.24 07:00
18면
더 막강해질 국민계좌, ISA의 모든 것
다양한 금융상품 최대 1억 원까지 투자
200만 원 비과세에 세율 '15.4%→9.9%'
절세혜택 챙기며 3년마다 '풍차 돌리기'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영어 약자로 ISA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아시나요.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곳에서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절세효과까지 탑재해 길고 낯선 이름 대신 '만능 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답니다. 올해 1월 정부가 ISA 혜택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죠.

ISA 가입자는 5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ISA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도 되는데요. 어떻게 가입하는지 모르거나, 만들어 놓고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모르는 분도 있을 겁니다. 혜택이 늘어난다고 하니 ISA의 모든 것을 소개해 볼게요.

'서민 재산 형성'을 위해 태어난 국민계좌

'서민 재산 형성'을 앞세웠지만 2016년 도입 당시엔 그리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혜택이 기대에 못 미쳤던 거죠. 2021년 의무가입기간을 줄이고 중도인출을 가능하게 하는가 하면, 국내 상장 주식에도 투자할 수 있는 중개형 ISA까지 생기면서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가입도 늘기 시작했죠.

ISA는 하나의 계좌로 예금은 물론 주식, 채권, 펀드,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대부분의 상품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세금을 더 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겠죠. 기대에 부응해 비과세, 분리과세에 세액공제까지 다양한 절세 혜택도 제공합니다.

ISA는 일임형, 신탁형, 중개형 세 종류가 있습니다. 일임형은 말 그대로 은행, 증권사에 투자를 맡기는 것입니다. ISA를 개설하고 투자성향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포트폴리오로 알아서 운용해 주죠. 직접 상품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일임형을 선택하면 됩니다. 다만 수수료가 비교적 높고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것은 같지만 신탁형은 예금에, 중개형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개형은 증권사에서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신탁형은 구체적인 자금 운용을 지시하는 방식이고, 중개형은 가입자가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ISA 출시 초반엔 저축 위주 신탁형 가입자가 많았지만 요새는 20~40대 중심으로 중개형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ISA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이라면 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개설할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이 있다면 15세 이상부터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단 직전 3개 과세기간 중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자였다면 가입할 수 없습니다. 전 금융기관에서 1인 1계좌만 개설이 가능하고요. 영업점을 방문하거나, 은행·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쉽게 비대면 개설할 수 있습니다.

ISA는 일반형, 서민형으로도 나뉩니다. 비과세 한도가 일반형은 200만 원, 서민형은 400만 원이라 서민형이 유리합니다. 서민형은 전년 근로소득 5,000만 원, 종합소득 3,800만 원 이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소득확인증명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일반형으로 개설했어도 서민형에 해당하면 가입한 다음 해 2월 자동 전환됩니다. 금융기관은 매매 수수료가 저렴한 곳으로 정하면 되고, 바꾸고 싶다면 해지 없이 이전도 가능합니다. 다만 계좌의 상품은 전부 현금화돼 옮겨지죠.

①계좌 개설하고 투자금 입금하기

중개형 ISA를 개설해 보겠습니다. 준비물은 신분증, 타 금융기관 이체가 가능한 계좌와 본인 명의 휴대폰입니다. 금융기관 앱을 받아 계좌 개설을 시작하고 본인 정보와 약관 확인, 투자자 정보 입력 등을 차례로 하면 계좌가 생깁니다.

세제 혜택을 얻기 위한 의무가입기간은 3년인데요. 만기를 몇 년으로 설정하면 좋을지 고민이 될 텐데, 3년 이상으로 설정해도 의무가입기간이 지나면 원할 때 언제든 해지가 가능합니다. 만기 90일 전 연장도 되고요. 만기는 길게 해 두는 편이 개인 상황에 따라 유리할 수 있습니다. 서민형으로 가입한 후 향후 소득이 기준보다 오르거나, ISA 계좌 만기 무렵 금융소득종합과세자가 되면 전과 같은 조건으로 재가입하거나 연장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제 투자금을 입금해야겠죠. 최소한도는 없고 최대한도만 있는데요. 연간 2,000만 원씩, 1억 원까지 입금이 가능합니다. 1년에 꼭 2,000만 원을 다 넣지 않아도 남은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됩니다. 예컨대 첫해에 1,000만 원을 넣었는데, 다음 해 여유자금이 생겼다면 3,000만 원을 넣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살다 보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일도 생기죠. ISA에 입금한 원금은 조건 없이 중도출금이 가능합니다. 원금을 넘어선 이익금 부분은 중도해지처럼 세제 혜택 없이 받게 되죠. 중도출금 시 저축한도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2,000만 원을 입금했다가 1,000만 원을 중도인출하면 다시 채워 넣고 싶어도 1년 한도 2,000만 원이 차버려 더 입금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②3년간 투자하고 절세 혜택받기

이제 3년 이상 자유롭게 하고 싶은 투자를 하면 됩니다. ISA를 운용하는 동안 배당, 이자 등 어떤 이익에도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비과세 한도 이상의 수익이 났다면 적정한 시점에 전부 매도하고 해지하면 됩니다. 이때 그간 번 돈에 대해 미뤄왔던 세금(과세이연)을 내고 한꺼번에 세제 혜택을 받게 되죠.

해지할 땐 ISA 계좌를 운용하는 동안 과세 대상인 금융상품으로 번 돈과 잃은 돈을 더하고 뺀(손익통산) 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됩니다. 순수하게 '최종적으로 번 돈(순소득)'에만 세금이 매겨지는 겁니다. 예컨대 일반형 기준으로 300만 원은 이익, 100만 원은 손실이 났다면 순소득은 200만 원이 돼 세금을 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과세 금액을 초과하는 순소득도 15.4%(이자·배당소득세)가 아닌 9.9%로 저율 분리과세됩니다. 금융투자소득세(1년 5,000만 원 이상 매매차익에 세율 22%) 도입 발표 당시 이 분리과세 혜택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ISA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는 금융투자소득과 관계없이 별도 과세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계산한 세금을 제외한 돈을 손에 쥐게 됩니다.

이런 혜택 덕에 ISA는 특히 배당주 투자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국내 고배당주, 국내 상장 배당ETF, 국내 상장 해외배당ETF 등이 해당되는데요. 배당수익 1,000만 원 발생 시 일반 계좌라면 15.4% 세율을 적용한 154만 원을 세금으로 내게 되지만, 일반형 ISA에선 비과세 200만 원을 제외한 800만 원에 9.9% 세율을 적용한 79만2,000원으로 세금을 절반가량 아낄 수 있습니다.

③연금계좌 세액공제 챙기고 '풍차 돌리기'

ISA는 연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습니다. 만기까지 모은 목돈 일부를 연금계좌로 옮겨 세액공제 혜택도 빼놓지 않고 받으면 좋겠죠. 연금계좌의 자체 입금한도와 상관없이 이체할 수 있고요. 입금액 10%만큼, 최대 300만 원까지 추가 세액공제가 됩니다. 즉, ISA를 해지하며 받은 돈에서 3,000만 원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최대치로 세액공제를 더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1년 세액공제 한도를 모두 채워 가정해 볼게요. 연금저축계좌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합산 총 900만 원, ISA 연금전환액 300만 원으로 그해엔 최대 세액공제를 1,2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총급여가 5,5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16.5%의 세액공제를 적용해 무려 198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ISA 의무납입기간에 맞춰 해지하고 재개설해 3년마다 비과세,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는 '풍차 돌리기'도 좋은 전략입니다. 노후 설계 전문가인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비과세 한도가 다 찼다면 바로 해지하고 3년마다 절세 혜택을 가져가며 ISA 계좌를 새로 만드는 게 유리하다"며 "ISA, 연금저축계좌, IRP를 연계해 노후자금을 준비하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참고로 일반형 500만 원, 서민형 1,000만 원까지 비과세 한도가 늘어나고, 연간 납입 한도는 지금의 2배인 4,000만 원으로 확대될 수 있으니 당장 만들진 않더라도 관심을 가져 보길 바랍니다.

세종= 이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