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 유권자 4만 명이 가른다... 서울 판도 축약판 '강동을'[총선 풍향동]

입력
2024.03.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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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울 강동을
민주당이 내리 3선… 길동 편입 여당세 강화
2020 총선은 민주당… 2022 대선은 국민의힘
이해식 Vs 이재영 리턴매치… '지역통' 대결


편집자주

총선은 254개 지역구 의석 싸움이다. 하지만 각 지역구에서 승패를 가르는 핵심 ‘동(洞)’은 따로 있다. 이른바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풍향동'이다. 행정구역의 가장 작은 단위인 동이 당락을 좌우하는 셈이다. 동의 유권자 구성이 달라지고 선거구 획정으로 일부 지역구의 경계가 바뀌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한국일보가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만한 풍향동의 표심을 살펴봤다.


서울 강동을은 지역구 자체가 '풍향동(洞)'이다. 1996년 이후 여섯 번의 대선과 일곱 번의 총선 모두 이곳에서 승리한 정당이 대권과 서울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더불어민주당이 19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할 정도로 야당 세가 강하지만, 대선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는 등 선거의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큰 변화가 생겼다. 강동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길동이 갑에서 을로 편입됐다. 유권자만 4만 명을 넘는 데다 면적까지 넓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풍향동으로 평가된다.

강동을은 민주당이 선전해온 곳이다. 고덕 주공단지 등 재건축이 상당 부분 완료된 강동갑과 달리 상대적으로 낙후됐단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결과 길동이 새로 편입되면서 묵직한 변수가 등장했다. 강동을의 유권자 수는 21대 총선 16만5,610명이었는데, 올 2월 말 기준 유권자 수는 19만9,042명(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추정)으로 늘었다. 전출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분 1만 명을 반영해도 길동 편입으로 4만 명이 늘어 강동을 전체 유권자는 3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강동을에서 길동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휩쓸었던 2020년 총선에서 진선미 민주당 의원에게 5.8%포인트(1,317표) 더 많은 표를 보냈다. 그러나 2022년 대선에선 윤 대통령(52.2%)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44.4%)에 7.8%포인트(1,970표) 앞섰다. 윤 대통령이 강동을 전체에서 6,820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3분의 1에 가까운 표가 길동에서 나온 셈이다.

지역구 내 천호1·2·3동, 성내1·2·3동 등에선 대체적으로 500여 표 안팎의 차이가 났다는 점을 고려할 때 편입된 길동의 영향력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강동을의 야당 세가 강하다지만 둔촌2동(대선에서 윤 대통령 11.5%포인트 차이 승리) 등은 보수세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서 승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강동을에선 지난 총선에 출마했던 후보자들이 리턴 매치를 벌인다. 현역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과 이재영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해식 의원의 경우 이곳에서 구·시의원과 구청장 등을 지낸 뒤 재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는 이재영 전 의원은 세 번째 도전이다. 2014년부터 당협위원장을 맡아 밭을 일궜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최장수 당협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런 두 후보인 만큼 지역구 현안엔 정통하단 평가가 나온다.

길동을 공략하는 후보자들의 전략은 다르다. 현역인 이해식 의원은 길동에서 시의원을 했고 3선 구청장을 역임한 만큼 지역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재영 전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이수희 구청장까지 합세해 정부·여당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길동역 에스컬레이터 설치나 길동시장 현대화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임을 서로 자처하고 있다.

반면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길동에 서울동부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신설을 추진 중인데, 여야 후보들은 앞다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영 전 의원은 해당 건물 앞에 반대 피켓을 내걸고 '전면 재고'를 요청했다. 이해식 의원 또한 정부의 행정추진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