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후보로 박은정 전 검사와 조국 대표를 1, 2번에 배치했다. 박 전 검사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찍어내기 감찰’ 의혹을 받다가 해임됐으며, 공수처 수사도 받고 있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8번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10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를 받고 2심 재판 중이다. 최근 당지지율에 근거한 당선권인 10순위 내 4명이 재판이나 수사 대상자 신분이다. 기소 과정에 논란이 있다 해도 사법 리스크를 안은 피의자와 피고인들의 대거 국회 진출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일이다.
‘조국혁신당 돌풍’이 이번 총선의 예기치 않은 현상인 건 분명하다. 호남지역 야권 지지층에선 ‘흠이 많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보다 검찰정권 심판에 더 효과적’이란 말이 먹히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직을 자신들의 명예회복, 분풀이 수단으로 삼는 건 정치의 퇴행이고 법치에 대한 도전이다. 일부 유권자들에게 '반윤 복수혈전'이란 평가를 선명히 할지 알 수는 없으나, 국회의원직이 ‘사법 도피처’가 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조 대표와 황 의원은 당선이 돼도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다른 정당들의 비례대표 공천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국민의미래는 기자·PD 등을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 내는 등 노조법을 위반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뒤 사면을 받은 논란의 김장겸 전 MBC 사장을 14번에 배정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이적단체 논란 등이 제기된 일부 후보들이 최종 배제되는 홍역을 치렀다. 정치권은 비례대표가 전문성과 취약계층 보완이란 취지를 벗어나 주류의 세 불리기나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만의 이권 다툼'을 이대로 지켜봐야 하는지 유권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