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친 입'이 연일 논란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내가 낙선하면 나라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는 발언으로 설화를 자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뒤 맥락을 지운 억측'이라고 항변하지만, 미 언론은 이번 막말 역시 지지자에 폭력을 선동해 온 그의 일관된 언행 중 한 예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18일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른바 '피바다' 발언을 포함한 막말이 갈무리된 45초 분량의 새로운 광고를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직접 올렸다.
이 영상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은 지난 16일 오하이오주(州) 유세 도중 나왔다.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해외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다,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나라 전체가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민주당 측의 즉각적 반발을 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열성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1·6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의 사라피나 치티카 대변인은 "트럼프의 캠페인은 반복적으로 정치 폭력을 조장하고, 용인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바이든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뜻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나라를 망치는 가짜 뉴스 매체와 그들의 민주당 파트너들이 (내 말을 이해하면서도) '피바다'라는 단어에 놀란 척하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맥락을 무시한 공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려한 전적 때문에 논란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는 적어도 의도적인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지지자에 의한 폭력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 의회 난입 선동 혐의 등으로 기소된 데 대해 "나라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거 성추문 입막음 대가로 거액을 지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3월 형사 기소 위기에 놓이자 "죽음과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하는 등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피바다' 발언은 가장 최근에 추가된 예일 뿐이라는 게 WP의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은 같은 편에서도 우려를 사고 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그에겐) 폭력을 선동하는 일관된 행동양식이 있다"고 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고자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은 뭐든 한다는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며 "무엇을 말하든 이 나라와 전 세계에 실제 결과로 나타난다"고 주의를 줬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투표하는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와 이스라엘을 미워한다"고 발언해 또 설화에 휘말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대계 민주당 의원과 유대인 단체 등은 "반유대적 수사"라고 즉각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