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암물질’ 석면 사용 전면 금지… 35년 만에 완전 퇴출

입력
2024.03.19 09:36
브레이크패드 등에 쓰이는 백석면도 사용 중단
환경보호청 "석면에 문 닫기까지 먼 길 걸었다"

미국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을 사용하는 게 전면 금지됐다. 1989년 석면 사용 중단 명령이 처음 내려진 지 35년 만에 최종적으로 완전히 퇴출되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이날 일부 표백제와 브레이크패드 등에 여전히 쓰이고 있는 백석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정비공들을 석면 섬유에 노출시키는 석면 함유 브레이크 블록의 유입이 6개월 후부터 단계적으로 금지되고, 석면 패킹은 2년 후 사용 중단에 들어간다.

마이클 레건 EPA 청장은 성명에서 “마침내 EPA는 이미 50여개 국가에서 금지 조치된 유해 물질 석면에 문을 닫게 됐다”며 “(석면 사용 완전 중단까지) 먼 길이었다”고 자평했다.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주로 수출되는 백석면은 현재 미국 산업에서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석면재다.

석면은 건설 자재와 전기 제품, 가정 용품 등에 폭넓게 쓰여 온 천연 섬유다. 내구성과 내열성, 전기 절연성 등이 뛰어난 데다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호흡을 통해 석면 가루를 마시면 20~40년의 잠복기 후 폐암을 유발하는 치명적 물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EPA도 1989년 석면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으나, 1991년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전면 규제에는 이르지 못했다. ‘석면 퇴출’ 시도가 다시 탄력을 받은 건 25년 후다. 2016년 연방 의회가 석면을 포함한 유해 물질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유해 물질 규제법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WP는 “책임성 문제로 석면 사용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소방관과 건설 노동자 등 노후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석면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 1월 1일 석면안전관리법 전면 시행으로 ‘석면 0.1% 이상’이 함유된 건축자재 등 제품의 제조·수입·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건설 공사 현장이나 완공 건축물 등에서 여전히 기준치를 초과하는 석면이 검출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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