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기' 시대를 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미국 등 서방은 "가짜 대선"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선거 과정이 불공정했기에 그 결과도 의미가 없는 '정당성 없는 선거'라는 점에 공세가 집중됐다. 러시아와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푸틴을 재차 '전범'이라 몰아세우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역대 최고 득표율로 5선 고지에 오르자 서방 주요국은 푸틴 대통령이 각종 꼼수로 압도적 승리를 했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감옥에 가두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에선 보리스 나데즈딘 등 반정부 인사들의 대선 후보 등록 자체가 좌절됐다.
러시아가 불법 합병한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 주민들이 선거에 동원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독일 외교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이번 선거를 "가짜 선거"라고 일컬으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또 다른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X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불법 선거가 실시됐고, 유권자에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이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선 승리로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을 연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권력에 중독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영원한 통치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인 앞에 명백해졌다"며 "이런 선거 흉내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킨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인물(푸틴)은 (ICC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옥중 의문사한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날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투표한 뒤 "투표용지에 남편 이름(나발니)을 적었다"고 밝혔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열린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투표 시위'에는 2,000명 이상이 몰려 푸틴 대통령을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