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이 4·10 총선을 앞두고 뉴스 서비스를 나란히 재정비했다. 여론 왜곡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댓글 서비스를 제한하고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합성 조작물)를 예방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치권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며 '반쪽 개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포털들은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콘텐츠 예방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율규제 강화를 권고한 후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등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회원사들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고 센터에 딥페이크 생성물 신고 영역을 만들고 AI 저작물에 일종의 라벨(딱지)을 붙여 이용자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선거 때마다 여론을 과대 대표하거나 왜곡 우려로 논란이 됐던 댓글 정책도 강화 중이다. 네이버는 특정 기사에 답글을 지나치게 다는 행위를 막기 위해 28일부터 한 기사에 달 수 있는 답글 개수를 1인당 10개로 제한한다. 특히 네이버는 회원 가입 시 본인 확인 과정에서 수집된 내·외국인 여부를 바탕으로 기사 단위 비율 통계를 표시하기로 했다. 기사별 댓글 작성 이용자 국적 공개는 국민의힘 측에서 꾸준히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2022년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중국발 댓글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한 뒤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아예 뉴스 댓글을 없애고 지난해 6월부터 실시간 채팅인 '타임톡'을 도입했다. 타임톡은 24시간이 지나면 대화가 사라지는 게 특징. 일부 댓글이 과대 대표되거나 부적절한 댓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 포털의 공론장 역할은 사실상 축소됐다는 비판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네이버가 정정보도 정책을 강화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이 제기된 기사 상단에 '정정보도 청구가 제기된 기사'라는 문구를 띄우는데 앞으로 포털 검색 결과 페이지에도 관련 문구를 노출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언론중재위의 조정 및 중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네이버가 '정정보도 청구 기사' 딱지를 붙이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면, 등기우편으로 접수해야 했던 정정, 반론, 추후 보도 청구 절차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게 28일까지 청구용 웹페이지도 새로 만든다.
네이버는 자체 기구인 뉴스혁신포럼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용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정정보도 관련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정치권 입장도 고스란히 담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정∙반론보도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이의제기와 허위 보도를 헷갈려 사실에 부합하는 기사도 정정보도 청구 단계부터 '가짜뉴스'로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정치인 등이 비판 보도를 축소시키려는 목적으로 정정 보도 청구 절차를 남용할 우려도 크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가 나오면 관련된 사람들이 소송부터 걸 것"이라며 "네이버 뉴스혁신포럼은 언론 정책을 대표하는 대표성이 없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