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일자리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경제성장도 좋지만 기후불평등을 중시하는 정책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15일 늦은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회의실에서 모인 주민들이 4·10 총선 지역구 예비후보들에게 기후위기에 관해 다채로운 질문을 던졌다. 동작구 생태환경기후활동가네트워크가 다음 달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비전과 정책을 지닌 ‘기후 후보’를 찾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총선 전 기후 문제를 주제로 지역 주민이 예비후보와 간담회를 가진 첫 사례다.
금요일 퇴근시간 전에 열린 행사였지만 회의실은 주민 6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동작구는 2022년 8월 수도권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달 8, 9일 이틀간 장마철 한 달 강수량에 맞먹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점포 100여 곳이 침수되고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이상기후를 비롯한 기후위기 대책에 주민 관심이 높은 이유다.
예비후보들도 초청에 기꺼이 화답하면서 동작갑·을 선거구에 등록된 예비후보 5명 중 4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동작을 류삼영 후보(더불어민주당)는 간담회 직전 진행된 탄소중립 강연 때부터 자리를 지켰다. 동작갑 전병헌 후보(새로운미래) 역시 일찌감치 간담회장을 찾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동작을 나경원 후보(국민의힘)는 보좌진이 권한 페트병 생수를 뜯는 대신 다회용컵에 물을 받아 마셨다.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기후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2022년) 기후환경대사로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하면서 저개발국과 근로자, 독거노인 등이 겪을 위험을 인식한 만큼, 성장과 기후소외계층 문제를 조화롭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 더 이상 낭비가 아니고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인 만큼 거시적 정책을 통해 미리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실천해온 기후행동을 소개하며 진심을 ‘인증’하기도 했다. 류 후보는 “그동안 10년 정도 채식을 했고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면서도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탔다”며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닌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생태계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동작갑 장진영 후보(국민의힘)는 “지역 당원협의회에서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비료를 만들고 식물 화분을 독거노인에게 공급하는 사업을 해 왔다”며 “기후와 1인가구 문제를 모두 해결한 경험을 더 많은 분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로컬에너지랩·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기후 의제에 따라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큰 '기후유권자'는 약 33.5%로 나타났다. 서울 동작·양천·영등포는 37.6%로 추정된다. 2022년 폭우 피해가 컸던 강남·송파·강동 역시 42.0%로, 이곳에선 '기후공약에 가장 관심 있다'는 응답도 14.7%로 높게 나왔다. 신근정 로컬에너지랩 대표는 “격전지의 경우 약 5%의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만큼 기후유권자가 실제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역에 맞는 기후 공약 여부가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