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된 중독환자는 남성보다 여성, 중장년보다 20대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독환자의 절반은 치료 약물에 의한 중독이고, 10대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이 같은 중독에 해당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12월 전국 14개 시도의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독 심층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건강보험 통계상 치료 약물, 화학물질, 농약 등에 의한 국내 중독환자는 연간 10만 명 내외로 발생하는데, 이 중 15개 응급실에 온 7,766명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다.
실태조사 결과 중독환자는 여성(55.4%)이 남성(44.6%)보다 많았고, 연령대는 20대(18.0%) 50대(14.5%) 40대(13.6%) 순이었다. 특히 여성은 20대 비율이 높았다.
중독 이유는 자살 시도나 오용 같은 '의도적 중독'이 66.1%를 차지했다. 3명 중 2명은 스스로 독성물질을 접한 셈인데, 이런 중독은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전 연령층에서 여성이 많았고 20대 비중이 높았다. 전체 조사자의 49.5%(3,843명)인 중증 중독도 의도적 중독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사고나 작업장 중독 등 '비의도적 중독'은 전 연령층에서 남성이 다수였다.
중독 원인 물질은 치료 약물(50.8%)이 절반 이상이었다. 일산화탄소 등 가스류(13.6%), 벌침 등 자연 독성물질(12.4%), 인공 독성물질(12.2%), 농약류(10.0%) 순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10대 중독환자로 한정하면 80.5%가 치료 약물에 의한 중독이었고, 10세 미만 아동과 영유아는 야외 활동이나 가정 내 사고에 의한 락스 등 유독 물질 노출이 많았다.
사망한 중독환자는 122명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는 70세 이상(63.9%), 성별로는 남성(71.3%)이 대부분이었다. 사망자가 중독된 물질은 농약류(66.4%)가 3분의 2 정도였다.
종합하면 고령층은 가정 내 농약류 취급·보관, 중년 남성은 직장에서 일산화탄소 등 노출에 유의해야 하고 청소년은 치료 약물의 안전한 사용법 숙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응급실 기반 중독 심층 실태조사가 관계 부처와 지자체 등의 중독질환 예방관리 정책에 유용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