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범죄피해자 지원 막는다... 검사 주도 회의체 마련

입력
2024.03.17 15:15
10면
법무부, 시행령 개정령안 입법예고
경찰 등 참여한 '사건관리회의' 신설
누락된 지원 혜택 추가 지원도 가능

처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범죄피해자 지원'이 허술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검사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전문가들이 모여 피해회복 지원 상황을 점검하는 회의체를 만든다.

1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법무부는 15일 '범죄피해자 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검사가 사건 처리 전 유관기관 및 전문가와 함께 범죄피해자 지원내용을 점검·논의하는 '사건관리회의' 개최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의는 검사 주도로 열린다. △피해자 지원이 부족하거나 충분치 못한 경우 △장기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 △기관 간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경우 안건에 올릴 수 있다. 회의 구성원에는 경찰,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직원은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도 포함된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사건 초기부터 어떤 지원이 이뤄졌는지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추가 지원이 있으면 안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안내 미비 등으로 누락된 지원 혜택이 있다면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회의는 정기 개최를 원칙으로 하되, 시급성을 요하는 사안엔 수시로 열릴 수도 있다.

범죄피해는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하다. 사건발생 초기부터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될 때까지 단계별 적시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지는 등 사건 처리 후반부로 갈수록 피해자가 지원 제도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부는 "안내 빈도 등이 처음에 비해 줄어 지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말 법무부가 발표한 '범죄피해자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방안'의 일환이다. 지금도 다양한 피해자 지원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부처·기관별로 산재돼 있어 편의성이 떨어졌다. 이에 법무부는 범죄유형별 전담기관에 '원스톱 지원 허브' 역할을 맡기고 맞춤형 종합 지원을 하도록 했다. 해바라기센터(성폭력범죄)와 범죄피해자지원센터(기타 강력범죄) 등 전담기관 6곳이 지정됐다.

개정안은 다음 달 24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