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 달러(약 8조 원) 이상의 반도체 투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전하자 국내 산업계는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TSMC보다 더 큰 규모의 지원으로 예상돼 미국 내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다만 보조금 관련 막판 협상을 거듭 중인 삼성전자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15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블룸버그 보도대로 삼성전자가 60억 달러를 받는다면 이전 업계 전망인 20~3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보조금 규모가 확정되면 미국 기업인 인텔 다음으로 많은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테일러 공장 양산 일정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존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외에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공정인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으로 미국 공사비가 크게 늘면서 새 공장을 계획대로 준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고 테일러 공장의 양산 시기가 미뤄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예상을 넘는 보조금 규모가 책정된 배경에 건설 비용 상승 등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수요에 맞춰 생산 시설을 짓는 타이밍이 생명"이라며 "삼성전자가 (공장을) 제때 지을 수 있게 돼 다행인 동시에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상을 훌쩍 넘는 보조금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전제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 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한 텍사스 공장 건설 외에 추가로 미국 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반도체법에서 규정한 직접 보조금 규모가 투자비의 5~15%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보조금 규모를 협상하면서 미국 본토에 추가로 2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금액에 비해 보조금 규모를 지나치게 크게 전망한 블룸버그 보도 내용을 반신반의하는 반응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TSMC 보조금 예상액이 50억 달러로 보도된 후 외신 취재 경쟁이 붙은 상황"이라며 "해외 언론들이 내부적으로 전망하는 보조금 규모가 많게는 두 배가량 차이가 있어 기사와 업계에 떠도는 소식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