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에 대한 공식 조사에 나섰다. 이 업체가 가짜 의약품 등의 판매를 방치하고, 음란물 같은 유해 콘텐츠를 방지하는 규정을 다수 위반했다고 판단해서다. 디지털서비스법(DSA) 시행 초기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유럽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향후 조사 대상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알리익스프레스의 DSA 위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EU가 DSA 위반으로 공식 조사에 나선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와 쇼트폼 공유 플랫폼 '틱톡'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단 전자상거래 업체를 타깃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DSA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벌·유해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한 법으로, 위반 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EU 집행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가짜 의약품·건강보조식품 등의 판매를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인플루언서'들과 제휴해 제품을 홍보 및 판매하면서 불법 제품의 유통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의 음란물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미흡했다는 게 집행위의 설명이다.
EU는 지난해 8월 이용자 4,500만 명 이상인 초대형 플랫폼을 대상으로 DSA를 사전 시행하다가, 지난달 17일부터 모든 온라인 플랫폼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월간 이용자 수가 1억 명이 넘는다. 집행위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과 구글 검색, 인스타그램 등 8개 플랫폼에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합성조작물)' 위험 예방 조치에 관한 정보를 요구했다고 발표하며 다른 플랫폼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열어 놨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이날 틱톡이 미성년자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1,000만 유로(약 145억 원)의 벌금을 물린다고 밝혔다. 앞서 AGCM은 이탈리아에서 10대를 중심으로 자기 뺨을 꼬집어 멍들게 하는 이른바 '프렌치 흉터(French Scar) 챌린지'가 틱톡을 통해 퍼지자, 틱톡이 자해 행위를 선동하는 유해 콘텐츠를 방치했는지 조사를 벌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