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리스크'에 與 수도권 초비상... "특단의 대책 나와야"

입력
2024.03.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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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선거에 이용하려는 의도 보여"
중도성향 지지자 많은 수도권 후보들 우려

'이종섭 리스크'가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후보들을 엄습했다. 특히 격전이 치러질 수도권이 그렇다. 해병대 사망사건 수사 개입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부임하면서 '정권 심판론'에 다시 고삐를 당겼다. 대통령실은 '임명 철회는 없다'며 단호하고, 당 지도부는 야당의 '도피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사이 간발의 표 차로 당락이 엇갈릴 수도권 출마자들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장관 대사 임명) 이슈를 선거에 최대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 보인다"며 "민주당은 도피했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도주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공관은 우리나라 땅이나 마찬가지"라며 "근무지만 해외이지, 공직자가 도주·도피가 되는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사 임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이지 공론화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을 만나 "본인이 수사를 거부하는 문제는 아니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부르면 조사받을 것"이라며 "정치적 이슈로 나올 문제인지 그런 부분에 있어 다른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당내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존재감을 뽐내며 총선 변수로 부각되고, 민주당이 공천 내홍 끝에 전열을 가다듬는 상황에서 반대로 국민의힘은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은 지지정당을 바꿀 수 있는 중도성향 유권자가 많아 정부에 부정적인 이슈몰이 바람이 불 경우 여당 후보들은 당선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후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거다. 애써 쌓아놓은 당 지지율을 다 깎아 먹고 있다"며 "총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회복 계기를 찾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후보는 "확실히 어려워졌다. 지난 총선 때보다도 차가운 민심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이 전 장관은) 외교관 이전에 국민"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면 적극 협조하는 게 맞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수도권 민심이 좋지 않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을 후보인 박민식 전 장관은 BBS 라디오에서 "야당에서 그런(도주) 프레임으로 공격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지 않았나"라며 "좀 깔끔하게 정리하고 부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 지휘부인 상임공동선대위원장들이 앞다퉈 이 대사 사퇴를 압박했다. "당장 붙잡아 수사해야 한다"(이해찬), "국가의 기본 틀 자체가 무너지는 것"(김부겸)이라고 맹공을 폈다.

도태우 변호사가 '5·18 폄훼'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한동훈 체제'에 대한 피로가 누적된 것도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위원장의 참신한 이미지가 반복되는 '이재명 저격' 발언과 천편일률적인 선거 유세로 흐릿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개최된 당 중앙선대위 상황점검회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전달됐다.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장관과 도 후보 문제'에 관련해 "현장에서 상당한 불만들이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후보는 "대통령실에 누군가는 당의 입장을 전달해야 하는데 '넘버 1'인 한 위원장이 나서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총대를 메고 (임명 철회를) 요청하면 반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