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똥 튄 '황선홍호'...선수단은 문제없나

입력
2024.03.14 17:55
21면

대한축구협회의 직원과 축구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이 돈을 걸고 카드게임을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가운데 그 불똥이 임시 '황선홍호'에 튀고 있다. '하극상 논란'에 이은 축구대표팀 내부 기강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다.

황선홍호는 18일 소집돼 사흘 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치른다. 그런데 일각에선 판 돈을 걸고 카드게임을 한 선수들이 이번 대표팀에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일주일 뒤 A매치를 앞두고 있는 황선홍호로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황선홍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23명의 대표팀에 첫 태극마크를 단 주민규 이명재(이상 울산 HD) 정호연(광주FC)을 비롯해 9명을 새롭게 선발했다.

그 외 14명은 기존 멤버로 꾸렸다.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즈베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조규성(미트윌란) 홍현석(헨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송범근(쇼난밸마레) 등 해외파와 김영권 설영우 조현우(이상 울산 HD) 김진수 박진섭(이상 전북 현대) 등 국내파는 그대로 남았다.

일단 축구팬들은 카드게임에 참여한 선수들이 황선홍호에 포함됐을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손흥민과 이강인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대표팀이 어수선한데, 카드게임으로 논란에 있는 선수로 인해 황선홍호 역시 흔들릴 수 있어서다.

지난 1월 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당시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 A씨가 한국에서 가져온 칩을 이용해 카드놀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는 "도박이 아닌 내기 수준의 게임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칩을 이용해 카드놀이를 했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특히 A씨가 칩을 챙겨갈 정도면 대표팀에 자주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총까지 받고 있다.

심지어 이 카드놀이에 참여한 선수들이 대체로 1996년생보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선수단 내 갈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대표팀 기강이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상황이 수면에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축구팬들은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변명만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자체 관리뿐만 아니라 대표팀 관리도 실패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나서서 축구협회를 조사해야 한다"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구계에선 이번 사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반응이다. 축구협회 위원 출신 한 관계자는 "오는 21일 A매치가 전석 매진된 것을 보면 대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은 이를 위해서라도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