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유연한 투자'로 운용 수익률 끌어올린다

입력
2024.03.14 17:00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대체투자 확대
"밸류업 구체화 시 자본 투여 검토 가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체투자 자산 다양화와 운용 수익률 제고에 나선다. 투자 자산군 간 칸막이를 낮춘 ‘기준(레퍼런스) 포트폴리오’의 연내 도입을 통해서다.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14일 기자설명회에서 “중위험·중수익 대체투자 자산군을 다변화하겠다”며 기준 포트폴리오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자산군을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으로 단순화한 자산 배분 체계를 말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사모, 부동산, 인프라) 등으로 세세하게 나눈 자산군 내에서 5년 동안의 목표 비중과 벤치마크(비교지수) 등을 설정해 왔는데, 이런 칸막이를 허문 장기 지침을 최상단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기금의 장기 위험 선호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자, 향후 중기 자산 배분과 실제 액티브(적극적) 투자의 기준점이 된다. 단순한 자산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책 의사결정과 소통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칸막이에 가려진 다양한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운용자의 적극적 운용 동기를 부여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국민연금은 기대하고 있다. 칸막이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시장 상황과 운용자 판단에 따른 기민하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준 포트폴리오가 의결되면 5월 중기 자산 배분에서 대체투자에 우선 적용해 내년부터 새 체계로 운용할 방침이다. 대체투자 위험을 주식과 채권의 기회비용 형태로 분석한 다음, 그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예컨대 신규 부동산 투자 때 위험이 ‘주식 40%+채권 60%’ 수준으로 판단되면 그만큼의 주식과 채권을 팔아 필요한 투자 금액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위험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운용역은 차입 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한 펀드를 골라 투자하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날 이석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라는 밸류업 프로그램 방향성에 적극 찬성한다”며 “전체 기금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한 뒤 국민연금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판단되면 자금 투여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연금은 범정부 밸류업 자문단에 소속돼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올해 50명을 증원하면서 기금운용본부 인력은 480명으로 늘어났다. 해외 투자 기회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3분기 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제4 해외사무소를 열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현지 혁신 기업과 투자 협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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