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14일 '도피 논란'이 불거진 이종섭 주호주대사에 대해 "이 대사가 조사를 안 받으려 한다는 게 아니라 핵심은 고위공직자수사처가 조사를 안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사를 둘러싼 의혹이 번지자 대통령실 외교안보 사령탑이 직접 나서서 정면으로 반박했다.
장 실장은 이날 SBS에 출연해 "지금 나오는 시비들은 주객이 전도돼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장 실장은 "공수처가 작년 9월 이후 소환조사를 한 번도 안 하다가 갑자기 지난 11월에 도주의 우려도 없는 전직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했다"며 "그런데도 조사를 안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출국금지를) 연장하면서도 조사 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상 긴박한 상황에서 수사를 계속해 나가려고 거는 게 출국금지"라며 "조사도 않으면서 연장한 것은 기본권 침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덧붙였다.
대사 임명과 출국이 도피성이라는 비판에도 적극 해명했다. 장 실장은 "(주재국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에만 1~2개월이 걸리고, 아그레망을 신청해 놓으면 그 과정에서 유관 기관이나 기업 같은 데에는 다 알려진다"며 "도피성으로 해외에 내보내려면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도피 의도가 있다면) 차라리 빨리 보낼 수 있는 국제기구나 총영사로 보내지 굳이 오래 걸리는 호주 대사를 보내겠느냐"고도 했다.
'수사를 받는 이 대사를 임명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장관 시절에 호주와 일을 많이 해왔고 호주가 방산 분야와 안보협력 분야의 중요 파트너로 떠올랐다"면서 "K9 자주포 등 여러 가지 방산 계약도 했고 호주 측과 국방장관 회담도 여러 번 했다. 그걸 호주에서 높이 평가했고 호주대사가 지난해 말 정년이어서 후임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이 대사 임명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수사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이 대사가 공수처를 찾아가서 '대사 임명돼서 나가는데 언제든지 조사받겠다'고 얘기했다"며 "6~7개월 동안 아예 조사도 안 한 공수처부터 문제 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