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I 규제법' 유럽의회 통과... "위반시 매출 7% 과징금"

입력
2024.03.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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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험' 규제… "AI, 인간에 도움 돼야" 
연내 단계적 시행… 역외 확산 앞당기나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을 올해 상반기 도입한다. AI법 제정은 세계 최초다. EU가 AI법 제정을 서두른 건 AI 발전·활용 속도가 가팔라지며 인간에 대한 AI의 위협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EU의 AI법은 △AI가 함부로 정보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험하거나 민감한 분야에서는 AI 활용을 금지·통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반기 제정 완료... 2026년 전면 시행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AI법 최종안이 찬성 523표로 가결됐다. 반대는 46표, 기권은 49표였다. AI법은 다음 달 27개 회원국 승인 등을 거쳐 5월 또는 6월 공식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말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EU가 AI법을 마련한 건 AI 개발∙활용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럽의회 내부시장 위원회 공동보고관인 이탈리아 출신 브란도 베니패이 의원은 "마침내 AI와 관련한 세계 최초의 구속력 있는 법을 갖게 됐다"며 "위험을 줄이고 기회를 창출하며 차별에 맞서 싸우고 투명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정보 취득·활용 함부로 못하도록..."

최종안에 따르면 EU는 AI 활용 분야를 위험 정도에 따라 4개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고위험 분야는 건강, 안전, 기본권, 환경,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와 연관된 것으로 △물∙전기 등 핵심 인프라 △의료∙고용 등 핵심 서비스 △교육 및 직업 훈련 △선거 및 특정 사법 체계 등이 구체적으로 열거됐다. 이러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AI는 반드시 인간의 감시∙감독하에 놓여야 한다.

AI 기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분야도 뒀다. '인간의 생체 및 감정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원격으로 취득∙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강간·테러 등 중대 범죄 용의자 수색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 가능하지만 법원의 허가가 필수적이다. 인간의 행동을 조작하거나 인간의 취약성을 악용하거나, 개인의 특성∙행동에 기반해 인간에게 점수·등급을 매기는 식의 활용도 금지된다.

범용 AI(AGI·사람 또는 사람 이상의 지능을 갖춘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AI 기술 훈련에 사용한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 의무도 별도로 부과했다. 2021년 나왔던 초안에는 없었지만 이듬해 '챗GPT' 등 생성 AI가 등장하며 입법 과정에서 추가된 내용이다. 이밖에 실제 인물 이미지를 AI로 합성해 만든 '딥페이크' 제작물에는 'AI로 만들었다'고 명시하도록 해 혼선을 방지하고자 했다.

AI법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약 505억 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EU의 AI법은 전 세계 AI 관련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미국 일부 주 등에서 AI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법안 마련을 고심 중이다. EU 내부 시장 집행위원인 티에리 브레통은 "유럽은 AI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라고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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