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의 법정 다툼이 본격 시작됐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정원 확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의사 측은 '정부 처분의 절차적 위법성'을 문제삼았고, 정부는 의사 측 소송 제기가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14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집행정지는 행정청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본안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처분의 효력을 잠정 정지시키는 조치다.
심문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전의교협 측은 고등교육법상 권한이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증원 결정을 내렸고, 교육부 장관은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채 당사자인 학생과 전공의 교수 협의 없이 갑자기 증원을 결정했다며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입학연도 1년 10개월 전에 확정하고 발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1만 명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지만, 교수들은 이번에는 '1년 10개월'이라는 기간을 지키지 않을 만한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전의교협 측은 "의대 증원 결정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게 어느 정도 입증이 됐고 국민적 갈등도 심각하다"면서 "이대로 진행되면 신청인들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집행정지 신청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아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하란 절차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보고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결정이다.
정부 측은 복지부와 교육부의 조치들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단 입장이다. 복지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부가 각 대학에 의대 증원 의사를 묻는 안내일 뿐이란 주장이다. 정부 측은 "현재 의대 증원은 대학별 정원 배정 단계 첫 절차에 불과하고 앞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라면서 "현 단계에선 불이익을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이 원고로서 적격성이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놨다. 증원 계획의 주체는 대학이고, 대학별 증원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교수들의 교육 여건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부 측은 "의대정원이 27년간 증원되지 않아 현재를 골든타임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서면을 추가로 제출받은 뒤 조만간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심문을 시작으로 비슷한 법정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공의와 의대 학생, 수험생 등도 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이들의 1차 소송은 같은 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에 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