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거부하라" 이번엔 군의관·공보의 태업 매뉴얼 올라왔다

입력
2024.03.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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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법적책임 소지 있어, 당연히 거부"
메디스태프 간부 등 3명 입건 조사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등 158명을 일선 병원에 투입하자 이들에 대한 업무 거부 지침 글이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차출 군의관 공보의 행동 지침'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군의관과 공보의들에게 "인턴과 주치의 업무, 동의서 작성 등은 법적 문제 책임 소지가 있으니 당연히 거부하라"며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도 거부하라"고 종용했다. 수술 참여와 상처 치료, 소독 후 붕대 처치 등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수당을 요구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작성자는 "인턴 업무는 한 건당 10만~20만 원 이상 받아야 한다"며 "주중 당직은 100만 원 이상, 주말 당직은 250만 원 이상, 응급의학과 24시간 근무는 하루 급여 300만 원을 요구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또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군의관 공보의 지침 다시 올린다'란 글도 게재됐다. 해당 글 작성자는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인드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라며 "이걸 늘 마음속에 새겨야 쓸데없이 겁을 먹어서 일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화는 받지 말고 '전화하셨어요? 몰랐네요'라고 대답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밖에 "병원 업무 대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전공 책이나 읽으라", "심심하면 환자랑 같이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공보의와 군의관 의무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전부이고 병원 내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떻게 도망 다닐지 고민하라" 등 태업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유했다.

지난달 이 커뮤니티에는 '중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 관련 지침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해당 글이 병원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해 메디스태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직원 등 2명을 증거 은닉 혐의로 13일 입건했다. 해당 글을 올린 서울 소재 병원의 현직 의사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