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고형 형태 폐암, '림프절 전이' 위험 높아

입력
2024.03.14 09:43

폐암 초기라면 결절(結節) 전체가 불투명한 ‘순수 고형’ 환자가 ‘간유리 음영 (ground glass opacity)’ 환자보다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동욱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최수환 한양대 구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조종호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Occult Lymph Node Metastasis)’란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수술 전 영상 검사에서는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폐 절제 후 조직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인된 경우를 말한다. 림프절 전이 여부는 추가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결절(nodule)’은 피부 병변 중 구진(papule) 같은 형태이지만 지름이 5~10㎜ 정도로 더 크거나 깊이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피부 병변을 말한다.

연구팀은 2003~2017년 폐 절제술을 하기 전 CT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2㎝ 이하 초기 폐암으로 확인돼 폐 절제술을 받은 1,329명의 환자 중 ‘간유리 음영’을 포함한 종양을 가진 환자 591명과 ‘순수 고형(pure solid)’으로 보이는 종양을 가진 환자 738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CT 영상에서 보이는 종양 모양과 크기에 따라서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가 확인된 비율이 다른 것을 확인했다.

CT 영상에서 폐 일부분이 불투명한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 음영’을 포함한 종양을 가진 환자에게서는 크기와 상관없이 2% 정도가 수술 검체(샘플)에서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가 확인됐다(1㎝ 미만 2.27%, 1.0~1.5㎝ 2.19%, 1.5~2.0㎝ 2.18%).

그러나 결절 전체가 불투명해 ‘순수 고형’ 형태로 보이는 종양을 가진 환자는 크기가 클수록 수술 후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는 비율이 높았다. 1㎝ 미만에서는 2.46%이던 확률이 1.0~1.5㎝에서는 12.46%, 1.5~2.0㎝에서는 21.31%까지 높아졌다.

또한 ‘순수 고형’ 형태 종양을 가진 암 환자의 5년 무병 생존율(disease-free survival)은 71.2%로 간유리 음영 환자 생존율(94.4%)보다 예후(치료 경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1㎝ 이상 작은 크기 폐암이라도 순수 고형 형태라면 폐 절제술을 시행할 때 림프절 박리 절제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윤동욱 교수는 “2㎝ 이하 작은 종양을 가진 환자들이라 하더라도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가 확인될 때가 많았고, 이는 순수 고형 형태로 보이는 암 환자에게서 특히 많았다”며 “초기 폐암에 숨어 있는 림프절 전이를 예측하는 것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항암 치료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이 이번 연구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최수환 교수는 “순수 고형 형태로 보이는 암 환자는 수술 전 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림프절 검사(EBUS) 등의 시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흉부외과학회에서 발행하는 SCIE급 공식 국제 학술지인 ‘Annals of Thoracic Surgery’ 3월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