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은 목요일마다 '먹방', 코치는 학부모가 '셔틀'... 이게 휘문고 농구부 현실

입력
2024.03.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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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엽 휘문고 농구부 파행운영 의혹]
2월 문경 전지훈련 8경기 중 4경기 불참
11월 부임 이후엔 목요일마다 자리 비워
현주엽 "과거와 달리 주말에도 훈련 했다"

교내 운동부 파행 운영 및 전횡 의혹을 받는 현주엽(49) 휘문고 농구부 감독이 매주 목요일마다 방송 촬영을 위해 농구부 훈련에 불참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현 감독은 앞서 한국일보에 "일과시간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촬영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특정 요일에 거의 휘문고 농구장을 찾지 않았고 전지훈련 연습 경기의 절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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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본보가 휘문고 농구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를 통해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휘문고 농구부는 지난달 13~23일 경북 문경시 전지훈련에서 8차례 연습경기를 진행했는데 현 감독은 네 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휘문고는 △14~16일 동국대 △19·23일 상무 △21~23일 성균관대와 연습경기를 했다. 그러나 현 감독은 15일, 16일, 21일, 22일 경기에 불참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15일 동국대와의 연습경기가 있던 날은 종일 감독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A코치만 현장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현 감독이 기존에 했던 해명과 다른 내용이다. 현 감독은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방송 활동을 늘리지도 않았고 촬영도 일과시간 이후나 주말을 이용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연습경기에 불참해 A코치가 훈련 등을 총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이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현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임 이후 방송 스케줄로 인해 매주 목요일 농구부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의혹도 받고 있다. 근무태만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2월 21일, 올해 1월 11일, 2월 1·8·15·22일은 공교롭게도 모두 목요일이다. 문경 전지훈련 때도 현 감독은 목요일을 전후로 자리를 비웠다. 제보자는 "목요일 외에 다른 평일에도 촬영 일정이 있어서 종종 훈련에 불참했다"며 "먹방이 지방 소재 식당에서도 많이 진행되다보니 그렇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훈련 참여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 감독은 "(감독 취임 후) 제가 다른 방송 활동을 늘리거나 하지 않았다"면서 "(과거 제가 오기 전엔) 사실 훈련을 많이 안시켰는데, 저희는 토요일까지 나와서 야간훈련까지도 하고 그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본보가 휘문고 훈련 영상을 확인한 결과, 다수의 훈련에서 현 감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휘문고는 지난해 12월 21일 성균관대 체육관에서 무룡고를 상대로 경기를 치렀는데, 벤치에는 A코치만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8일 휘문고 체육관에서 열린 양정고와의 경기 중 B학생이 부상을 당했지만 이를 책임져야할 지도자가 없어 곤혹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집에 있던 부모님이 연락을 받고 학교로 와, 다친 학생을 데리고 병원 응급실로 가 치료를 받으면서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

또 현 감독 해명과 달리 휘문고는 체육관을 매주 토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일요일까지 한 교회에 임대하기 때문에 주말 야간훈련은 불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토요일에는 통상 오후 4시까지 훈련했다"며 "평일 훈련 때는 슈팅 300개를 시킨 뒤 먼저 귀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본보에 현 감독의 잦은 부재를 알린 복수의 관계자들은 현 감독이 학교운동부 지도자로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르면, 학교운동부지도자는 △학생선수에 대한 훈련계획 작성·지도 및 관리 △학생선수의 각종 대회 출전 지원 및 인솔 △훈련 및 각종 대회 출전 시 학생선수의 안전관리 △경기력 분석 및 훈련일지 작성 △훈련장의 안전관리 등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 감독은 전지훈련 시 훈련장소를 이탈하거나 학생 부상에도 대처하지 못하는 등, 직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휘문고 농구부의 파행 운영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 감독 부재 시 사실상 감독 역할을 수행한 A코치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학부모의 차를 타고 출퇴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해당 학부모가 코치의 편의를 봐준 것인데, 왕복 2시간 거리를 학부모가 매일 운전해 이동을 책임지는 것은 '호의' 수준을 넘어 '갑질'로 보일 여지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제보자는 "A코치는 전남 해남군에서 열리는 춘계 전국중고농구연맹전에도 학부모 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A코치는 현 감독의 고교 선배로 알려진 인물이다. 휘문고 감독 면접에서 몇차례 탈락한 사례가 있지만, 현 감독 부임 이후 '재능기부' 방식으로 휘문고 보조코치를 맡았다. 이달 해남 대회를 앞두고서야 코치 정식 계약을 맺었는데 채용 공고 없이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운동부지도자 관리규정에 따르면, 학교는 학교운동부지도자 신규 채용 시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한 제보자는 "지난달 문경 전지훈련 기간 중 학부모들을 모아 동의서를 돌려 계약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A 코치 선임 배경에 대해 "실제로 운동도 같이 했고, 그래서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기자
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