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추천을 두고 시민사회 측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시민사회 추천 여성 후보 두 명의 자진사퇴에 이어, 13일 남성 후보 중 한 명인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까지 병역 문제로 컷오프되면서다. 이들을 대체할 후보를 재추천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민주당과 시민사회 측 간극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선거 연대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연합 관계자는 13일 "시민사회 측에서 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와 재추천 시한을 14일 낮 12시까지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사회 측에서 최종 추천한 후보 4명 중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과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부회장이 전날 종북·반미 논란 확산에 자진사퇴했다. 이에 이날부터 서류검증과 면접에 돌입한 더불어민주연합은 사퇴한 후보를 대체할 인사들을 재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민사회 측이 기존 오디션 결과대로 차순위 후보를 그대로 재추천하면 이주희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과 시각장애인인 서미화 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이 유력하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을 예고한 더불어민주연합과 시민사회 측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당장 임 전 소장에 대해서도 컷오프를 결정했다.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더불어민주연합 모(母)정당인 민주당 심사기준에는 본인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를 '병역기피자'로 보고 부적격 판정을 내릴 수 있다. 남성 차순위는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다.
후보 순서 변경 가능성을 두고도 신경전이 예상된다. '비례 1번'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민주당에서는 내심 국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상징적 후보를 원하지만, 시민사회 측에서 이런 요구에 응할지 확실치 않아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3개 정당과 시민사회가 협의해서 순번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민사회 측은 여성 후보 두 명의 자진사퇴 때부터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어 협의가 이뤄질 지 불투명하다.
심사 과정에서 진보당 측 후보 3명에 대한 재추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구 단일화 문제까지 엮여 있어 가능한 한 기존 후보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지만, 면접 과정에서 돌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혜규 진보당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한 것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라면 야권이 총단결해야 한다는 점을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재추천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연합정치의 기본정신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