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이어 호텔로 둔갑... 더 교묘해지는 신종펫숍

입력
2024.03.14 07:00
입양 시 입양계약서 아닌 호텔이용비 결제 요구
정부, 반려동물 영업장 집중 단속 들어간다지만
당장 처벌은 어려워... 서둘러 제재방안 마련해야


서울에 사는 A씨는 보호자가 소유권을 포기한 파양동물에게 새 가족을 찾아준다는 B업체를 찾았다. '어린 동물부터 성견, 성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교감을 통해 입양해달라'라는 문구를 보고 이곳에서 동물을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A씨가 업체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한 것은 현수막으로 된 '호텔' 간판이었다. 이후 7개월령 됐다는 새끼 고양이 입양을 위한 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원금 명목으로 50만 원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계약서에는 호텔 이용권 비용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니 4개월쯤 돼 보인다고 했다"며 "진짜 파양된 동물인지도 믿기 어려웠다"고 했다.

비영리 보호소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펫숍 영업에 주력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보호소를 표방하는 신종펫숍의 형태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이제는 호텔을 표방하며 동물 입양 시 호텔 비용을 내게 하는 새로운 형태까지 생겨났다.

13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 입양에 고액의 비용을 받으면서 즉시 입금을 요구하고, 실제와는 다른 내용(입양계약서가 아닌 호텔이용권)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신종펫숍이 나타나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B업체는 매장 내 새끼 품종견들은 가정분양에서 파양된 동물임을 내세웠다. 또 입양을 원하면 매달 7만5,000원의 후원금을 20개월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방문객이 접근하지 못하게 커튼으로 가려둔 공간을 들춰보니 3단으로 쌓인 케이지가 있었다"며 "1층에는 털이 심하게 엉켜 눈도 보이지 않는 푸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 팀장은 이어 "직원으로부터 개들을 보호할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케이지에 두었다는 변명만 들었다"며 "교감을 앞세우던 업체 홍보 문구와는 다르게 실내 어디에서도 동물에 대한 존중은 느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동물법 전문가도 해당 업체를 신종펫숍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위 업체는 보호소를 가장해서 운영하는 신종펫숍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어 "상대적으로 시설, 운영기준이 덜 엄격한 위탁보관업을 내세우며 실질적으로 판매 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판매업의 운영기준 및 준수사항을 적용해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종펫숍으로 인한 시민과 동물의 피해가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도 12일 생산·판매업 등 반려동물 영업장 전반을 집중 점검·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①시설·인력·준수사항을 점검하는 지자체 기본점검 ②신종펫숍과 같은 편법영업 기획점검 ③중앙·지자체·민간 협력체계를 통한 합동점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신종펫숍의 경우 단속에 걸린다 해도 당장 해당 업장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판매업'은 '반려동물을 구입하여 판매, 알선 또는 중개하는 영업'으로 파양동물을 맡아주면서 파양비를 받는 행위는 동물판매업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보호소라는 명칭을 사용해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행위 역시 당장 막기는 어렵다.

김현우 농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팀장은 "영업장과 동물보호시설이 혼재돼 있을 경우 이를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은 입법예고 중이며, 보호시설 위장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역시 개정 중에 있다"며 "현장 단속 시 앞으로 이 같은 행위가 처벌 대상임을 알리고, 동물학대 등 불법사항은 바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반려동물 불법·편법 영업 근절에 나선다는 정부의 방침은 환영한다"면서도 "규제를 위한 움직임보다 산업이 확대되는 속도가 더욱 빠른 상황이라 서둘러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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