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수리온, 사우디는 전투기... 중동의 'K-방산' 구애

입력
2024.03.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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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가들의 ‘K방산’ 구애가 뜨겁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당국 고위 관계자가 잇따라 방한해 우리 기업의 무기체계를 둘러보고 도입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 방산업체들의 앞선 기술력을 대상으로 차세대 무기 공동개발 협력도 타진하고 있다. 2027년 세계 4대 방산강국 진입을 위한 호재가 하나 더 늘었다.

13일 군 및 방산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카림 아부드 모하메드 알타메미 이라크 대테러사령관과 샤미르 자키 후세인 알말리키 육군 항공사령관이 방한했다. 이들은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해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과 수리온 계열 중형헬기 ‘흰수리’ 등의 운용 장면을 참관하고 직접 탑승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하나드 카리브 모하메드 이라크 방공사령관은 이튿날 한국을 찾아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지대공미사일 ‘천궁-II(MSAM-2)’ 도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랄 압둘라 알오타이비 사우디 국방차관도 13일 방한했다.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탈랄 차관은 2박 3일 동안 한국형 초음속전투기 KF-21, 천궁-II를 비롯해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인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둘러본다. 아울러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의 회담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무기시장의 ‘큰손’인 이라크와 사우디 고위급의 방한은 우리 무기 수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이라크가 관심을 보인 수리온 헬기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이라크,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나라와 수출을 협의해왔지만 계약이 성사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가 원유 파이프라인 테러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정찰헬기 도입을 추진하면서 첫 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라크는 앞서 2013년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이라크 수출 모델명 T-50IQ) 24대 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오는 17일에는 타베트 무함마드 알바시 이라크 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우리 무기체계의 도입 품목과 액수 등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도 알려졌다.

사우디 역시 지난달 신 장관의 사우디 방문 당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관심을 표명해 우리와의 공동 개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군은 4.5세대 전투기인 KF-21을 기반으로 6세대 전투기인 무인기를 개발해 유·무인 복합 전투기 편대를 구성해 운용할 계획이다. 신 장관은 지난달 8일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면서 “6세대 전투기 계획을 사우디에 설명했고, 상당히 공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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