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도 증원 필요 없단 의협, 협의가 되겠나"

입력
2024.03.13 11:09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증원 불가피' 강조
"의료, 기후, 인구 등 고통스러운 개혁 앞둬
4·10 총선 후 정치적 환경 좋아지길 기대"
민생토론회 '퍼주기' 지적에 "재정 건전 면밀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겨냥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주장으로 일관하는데 협의가 가능하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들이 정부의 증원 방침에 '소통이 부족했다'고 반발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의사들이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최소 목표로 잡은 2,000명 규모의 증원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 총리는 12일 정부세종청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협상의 여지가 없느냐'는 질문에 "(의협과) 28번 만났다"면서 "그런데 한 번도 (의대 정원에 대해)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도 증원이 필요 없다는 게 의협 주장인데 협의가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 총리는 의협의 이런 비협조 속에 정부가 주장할 수 있는 최소 증원 규모가 2,000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35년이 되면 1만~1만5,000명 정도 의사가 부족할 것 같다"며 "(증원 규모를) 3,000명이냐 2,000명이냐 고민해서 1월 15일 마지막 공문을 의협에 보냈는데 답신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와서 (의협이)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 다 때려치우고 새로 만들어 차근차근 협의하자, 1년을 더 늘리자고 하는 게 맞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서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안한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13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한 총리가 "과거 의약분업을 실시하면서, 의료계 반발에 밀려 의대 정원을 감축했다"며 "2006년 351명의 의대 정원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2035년에는 1만 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될 수 있었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의사들의 반발에 밀려 '1년 유예'를 비롯한 타협을 이루면 의사 태부족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단체행동 조짐을 보이는 것을 언급하며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대신, 제자(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전날 간담회에서 한 총리는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위기관리' '성장률 제고'와 함께 '중장기적 개혁과제'에 정부가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재 하는 의료 개혁과 기후변화 등에 있어 고통스러운 개혁이 이어져야 한다"며 "특히 인구 감소 추세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문제에 있어 엄청난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쏟아지는 선심성 정책이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에 "재정건전성은 국가경제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선상에 오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 논란에 대해서는 "호주는 최근 방산 협력을 많이 하는 중요한 안보 파트너"라며 "수사를 하고 있는데 대사 일을 한다고 안 들어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세종=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