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이 된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후보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 번복 없이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4·10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중도 표심 확보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당 지도부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보수 지지층 일부 반발에 따른 '집토끼' 이탈 우려가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2일 도 변호사의 공천 관련 안건에 대한 회의를 마친 뒤 공천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관위는 그 이유로 "도 후보가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 변호사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만큼 공천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이 밖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한 헌법 가치와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대한 의미를 확고히 인식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표방한 점 △5·18 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힌 점 등도 공천 유지 결정의 주요 근거가 됐다.
당초 당내에서는 '중도 확장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천 취소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됐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호남 지역 당원 반발' 등 지도부 내 우려를 듣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검토"를 공관위에 요청했고, 그간 공천 번복 사례가 아예 없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공관위원들도 중도 확장성과 호남 민심 문제 등으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루 만에 기류가 급변했다. 도 변호사는 이날 공관위 논의가 진행 중이던 오후 5시쯤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관위는 "이날 도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회의를 진행했다"며 "과거 세부 발언 내용 및 도 후보의 사과문 등 전반적인 사항을 집중 검토했다"고 밝혔다. 도 변호사의 '사과문'이 공천 유지 결정의 주요한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텃밭인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후폭풍'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상민 김영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탈당 인사 영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강성 보수 진영에서 도 변호사 공천 문제와 관련해 거센 반발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미 시민과 당원의 선택으로 끝난 사안"(홍준표 대구시장), "대구 지역에서 모처럼 나온 젊은 정치인"(신평 변호사) 등 보수 지지층을 중심으로 도 변호사를 두둔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이날 결정으로 당장 15일 광주 방문으로 '호남 민심' 공략을 노리는 한 위원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한 위원장이 강조했던 '국민 눈높이'에 대한 인식도 중도 민심에서 결국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극우 프레임'에 갇혔던 2020년 총선과 다른 게 무엇이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 위원장의 국민 눈높이 발언 관련) 눈높이에 맞는 것 아니냐. 눈높이에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 변호사에게는) 결론을 내고 바로 전화해서 경고를 했다. 확실히 거기(발언에)에 대해서 다짐을 받았다"고 강조했다.